[내일을 열며]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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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최근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의 임기를 2년 연장했다. 2023년 초대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정 감독은 지난해 부산콘서트홀의 개관 및 운영을 이끈 데 이어 2027년 9월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준비와 중장기 운영까지 총괄하게 됐다.
정 감독의 연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작으로 기획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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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최근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의 임기를 2년 연장했다. 2023년 초대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정 감독은 지난해 부산콘서트홀의 개관 및 운영을 이끈 데 이어 2027년 9월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준비와 중장기 운영까지 총괄하게 됐다.
정 감독의 연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작으로 기획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 감독이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와 라 스칼라 필하모닉 콘서트, 베르디 ‘레퀴엠’ 등 총 5회 공연에 사업비 105억원이 책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산 적정성과 지역 예술계 소외 문제가 제기됐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후보 시절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정 감독의 연임 결정으로 사업 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 시장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개관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2005년 북항 재개발과 함께 건립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줄곧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주요 벤치마킹 모델로 내세웠다. 한 도시를 넘어 국가의 이미지를 바꾼 세계적 문화 랜드마크를 지향한 것이다.
다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랜드마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59년 착공해 1973년 개관하기까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정권 교체, 건축가 축출, 대규모 시위 등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 공사 기간은 4년에서 14년으로 늘어났고, 예산은 초기 700만 호주달러에서 1억200만 호주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당시 주 정부가 전용 복권을 발행해 재정을 보충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완공이 어려웠다.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은 개관 이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택한 전략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전속 단체를 직접 거느린 유럽식 모델 대신 호주 국립오페라단(Opera Australia), 호주 국립발레단 등 8개 상주단체와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민간 대관, 관광 투어, 상업시설 임대를 통해 자체 예산 충당률을 80~85%까지 끌어올렸다.
상주단체인 호주 국립오페라단의 유연한 운영도 참고할 만하다. 이 단체는 연간 시즌의 60~70%를 시드니, 30~40%를 멜버른에서 소화하며 전국 순회공연을 병행한다. 나아가 오페라 저변이 얇은 호주 상황과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해 2012년부터 대중적인 뮤지컬도 공연한다. 2026년엔 오페라 7편과 뮤지컬 3편이 배정됐는데, 장기 상연이 가능한 뮤지컬은 재정 안정화에 특히 기여한다. 도입 초기 클래식계 우려도 있었으나, 현재는 수익성 확보와 재정 자립을 돕는 유용한 보완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양 공연예술이 이식된 일본에서 신국립극장의 인력 구조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고 지원을 받는 신국립극장은 증가하는 고정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오페라합창단과 발레단은 시즌제를, 연극은 단원 없이 프로듀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정규직원은 140여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프로덕션 인력은 작품별 아웃소싱을 활용한다. 인건비가 전체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관리해 재정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얇은 지역 오페라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유럽식 모델을 답습하면 재정 부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수익 구조와 신국립극장의 인력 효율화 사례처럼,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운영 로드맵이다. 랜드마크의 진짜 완성은 화려한 개관이 아니라, 불이 꺼진 뒤에도 극장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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