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 찰싹붙어 폭격 퍼붓는 항암제…한국에 생산기지 꾸린다

이에스더 2026. 7.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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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의 주디스 러브 APMA 총괄 사장이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차세대 항암제인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의 한국 내 공급망 구축에 14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제조시설과 물류망을 갖춰 RLT를 필요로 하는 암 환자에게 치료제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노바티스는 21일 RLT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국내 RLT 생산 기반과 첨단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하고, 의료기관의 치료 역량과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MOU 체결을 위해 방한한 주디스 러브 노바티스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총괄 사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연구와 임상개발, 보건의료, 제조 역량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세계적인 수준의 RLT 생태계를 구축할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RLT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물질을 찾아가는 ‘리간드’에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한 치료제다. 기존 방사선치료가 몸 밖에서 암이 있는 부위에 방사선을 쏘는 방식이라면, RLT는 주사로 몸속에 주입한다. RLT는 암세포를 찾아가 달라붙은 뒤 방사선을 내보내 암세포만 파괴하고 주변 정상세포의 손상은 최소화한다. 학계에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방사선 미사일’로 불린다.

진단과 치료를 하나로 묶는 것도 특징이다. 영상검사로 암세포에 치료제가 결합할 표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 뒤 치료 효과가 예상되는 환자에게 같은 표적을 겨냥한 약을 투여한다. 환자마다 다른 암세포의 특성을 반영하는 정밀의료다. 방사성동위원소와 리간드의 조합을 바꾸면 여러 암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어 차세대 암 치료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러브 사장은 RLT의 작동 원리를 열쇠와 자물쇠에 비유했다. 그는 “특정 수용체를 가진 암세포가 자물쇠라면 치료제는 그 자물쇠를 찾아가는 열쇠”라며 “둘이 정확히 결합한 뒤 방사선을 내보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고 설명했다.

RLT 분야 선구자인 노바티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를 상용화했다. 현재 췌장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으로 치료 범위를 넓히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러브 사장은 “치료하기 어려운 진행성 암에 표적화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암 치료에 대한 기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치료”라고 말했다.

RLT는 반감기(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아 생산과 배송, 환자 예약과 투여가 긴밀하게 맞물려야 한다. 생산시설이 환자와 가까워지면 해외 제조·수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지연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국내 제조시설의 입지와 생산 개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브 사장은 “충분한 환자 수요가 확인되고 생태계가 갖춰지는 속도에 따라 생산을 비롯한 다음 단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와 병원, 물류 등 모든 과정이 끊김 없이 연결돼야 한다”며 “이번 MOU의 성공 여부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필요한 시점에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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