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앞세운 보완수사권 존치론, 국민의힘의 자격을 묻는다
[정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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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보완수사권 존치' 당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 남소연 |
경찰이 덮은 성범죄, 검찰 보완수사가 되살리다
장윤기 사건은 그 자체로 보완수사권 논쟁의 한복판에 있다. 만 23세 장윤기는 2026년 5월 5일 어린이날 광주 광산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은 이를 단순 살인·살인미수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로 확보한 차량 내 케이블타이와 SD카드 등을 토대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장윤기는 2차 공판에서 성범죄 목적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과학수사계가 올린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면담 결과 보고서는 기록에서 누락됐고, 수사팀장 박 경감은 "성범죄로 몰아가지 말라"며 사건을 축소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 간부는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요컨대 경찰이 놓치거나 덮은 성범죄 혐의를 검찰 보완수사가 되살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존치론의 유력한 근거로 인용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론의 명분 자체는 분명하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찰 권력을 해체하는 개혁의 대원칙이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명분으로 사실상 수사를 이어가는 한 그 분리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수십 년간 그 재량을 정치적으로 남용해 왔다는 지적도 폐지론의 오랜 근거다. 폐지에 찬성하는 쪽에서 보면 이 원칙을 흔들려는 시도는 개혁의 후퇴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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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의 면담 내용 설명하는 한동훈 의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면담한 뒤 취재진을 만나 면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 의심을 증폭시키는 사건이 같은 시기에 터졌다. 최영중 청주시의원 사건이다. 그는 2024년 10월부터 채팅 앱으로 알게 된 여중생에게 담배와 돈을 미끼로 성매매를 하고 성관계 영상을 성착취물로 촬영·보관한 혐의로 입건됐다. 국민의힘이 지금 보호를 앞세우는 바로 그 유형의 성범죄 피해 아동을 자당 소속 선출직이 만들어 냈다는 혐의다. 더구나 그는 5월 지방선거운동 기간에 이미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신분을 '직장인'으로 속인 것으로 드러났고, 국민의힘의 공천 검증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걸러낼 시스템이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역 당협위원장은 '미혼이라 불륜도 아니다', '신고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피해 아동이 아니라 가해 혐의자를 두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증에 실패한 것인지, 검증할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아동 성범죄 혐의자를 공천으로 유권자 앞에 내세운 정당이 그 검증 실패가 드러난 주에 다른 한편에서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명분으로 검찰 수사권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은 남는다.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를 앞세우는 손과 최영중을 공천한 손이 같은 정당의 것이라는 점에서, 자당발 사건은 감싸고 외부 사건은 정쟁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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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25일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
| ⓒ 연합뉴스 |
그렇다면 쟁점은 존치냐 폐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존치론이 짚는 우려, 즉 경찰 초동수사의 부실, 피해자가 진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 등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로 옮겨간다. 그 응답이 반드시 검찰의 기존 수사권 유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 수사의 질 제고, 재수사 요구권과 수사관 교체 요구권의 실효적 강제력 확보, 피해자의 이의신청권과 진술권의 제도적 보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것도 결국 검찰 수사권의 부재가 아니라 경찰 수사의 은폐·축소였다는 점에서, 초점은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장치의 실효성에 놓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의힘의 접근이 비판받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피해자의 정당한 우려를 검찰 조직 존치의 논거로 번역하면서, 여성단체와 당사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정략과 뭉뚱그린다는 것이다. 진정 피해자를 위하는 정당이라면 최영중 공천의 검증 실패부터 규명하고 당내 성비위 관행부터 청산하는 것이 순서다. 그 순서를 건너뛴 '피해자'의 호명은, 검찰을 지키고 끝내 자신을 지키려는 국민의힘이 비겁하게 훔쳐다 쓴 방패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feminist.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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