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앞둔 아르헨 ‘뜨악’…펼쳐 든 현수막에 FIFA 징계 위기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아르헨티나가 4강전 승리 직후 선보인 정치적 세리머니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영국 BBC는 17일(한국시간) “FIFA가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전 직후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제도) 영유권 주장 현수막을 들어 올린 아르헨티나 선수단에 대해 징계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날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Las Malvinas son Argentinas)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고 승리를 자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말비나스는 포클랜드 제도의 아르헨티나식 이름이다. 남서대서양에 위치한 영국 해외 영토 포클랜드 제도는 현재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오랜 주권 분쟁 지역이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이 제도를 두고 전쟁을 벌였고 아르헨티나군 649명과 영국군 255명이 전사한 끝에 아르헨티나가 항복했다.
FIFA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독립 징계위원회가 현재 경기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으며, 관련 제반 상황을 고려해 FIFA 징계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FIFA는 정치적, 모욕적,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현수막, 깃발, 전단, 의류 등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한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에서도 동일한 문구의 현수막을 들었다가 FIFA로부터 2만 파운드(약 3992만 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당시 FIFA는 해당 행위가 ‘정치적 행위 금지’와 ‘팀의 부적절한 품행’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FIFA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피터 카일 산업통상장관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현수막을 든 것은) 완전히 부적절하다”며 “정치는 축구와 분리돼야 한다. 그게 월드컵의 분명한 원칙이다. 그 결과는 이제 FIFA의 결정에 달렸다. 분명히 FIFA가 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FIFA에 달린 문제”라면서도 카일 장관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는“월드컵이 우리 것이 아닐지는 몰라도, 포클랜드 제도는 분명히 우리 땅”이라면서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자결권은 제도 주민들에게 있고 포클랜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95% 이상이 압도적으로 영국령을 지지한 1986년과 2013년 주민투표 결과를 포클랜드 주민의 자결권에 따른 영국령 유지의 근거로 내세운다. 영국 하원 내 제3당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현수막을 든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결승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SNS 엑스에 “2024년 스페인 로드리와 알바로 모라타가 ‘지브롤터는 스페인’이라고 노래했다가 1경기 출전 금지를 당한 건 옳은 일이었다. 이제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 것’이라는 축하를 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출전 금지를 받아야 한다”고 썼다.
유로 2024 결승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한 뒤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우승 축하연에서 스페인 모라타와 로드리는 “지브롤터는 스페인 땅”이라고 외쳤다가 유럽축구연맹(UEFA)로부터 1경기 출전금지 징계를 받았다. 지브롤터는 스페인이 18세기 영국에 할양했으나 반환을 요구하는 영국령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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