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개 불티난다…성심당 튀소 잇는 ‘해남 명물 빵’ 정체

강해영(광주특별시 강진·해남·영암)은 농촌이다. 너른 들에서 쌀을 많이 재배하지만 전국구 브랜드가 된 특산물도 쟁쟁하다. 해남은 고구마, 영암은 무화과의 최다 생산지일뿐더러 품질도 최고로 꼽힌다. 강진은 국내 최초로 차(茶) 브랜드가 탄생한 고장이다.
고구마, 무화과 그리고 차. 강해영에서는 세 가지 먹거리를 즐기는 방법도 색다르다. 고구마와 무화과는 디저트로 만들어 먹고, 차는 월출산을 감상하며 마신다.
하루 2000개 팔리는 해남 고구마빵

피낭시에 이현미(56) 대표는 동네 빵집을 운영하다가 2009년 남편이 작고한 뒤 목포과학대에서 정식으로 제과·제빵을 공부했다. 색다른 디저트를 개발하고 싶었던 그는 고구마를 주목했다. 풍년 때 도리어 가격이 폭락하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시행착오 끝에 2017년 고구마빵을 선보였다. 고구마빵은 쌀가루 넣은 반죽에 고구마와 버터, 치즈 등을 버무려 넣고 바삭하게 구웠다. 자색 고구마 가루를 뿌려, 갓 캐낸 고구마를 똑 닮았다. 하루에 1500~2000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다. 피낭시에가 사들이는 해남 고구마는 연 150t에 달한다.
피낭시에의 고구마빵이 유명해지자 전국에서 유사 고구마빵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피낭시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해남 고구마가 많이 팔리면 기쁜 일”이라면서도 “맛과 모양은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고구마빵(2500원)과 함께 감자빵(3000원), 고구마타르트(3000원)가 3대 인기 메뉴다. 맛도 맛이지만 대도시의 여느 카페·빵집보다 싸다.
지금이 제철, 영암 무화과

김미희(60) 대표는 얼떨결에 카페를 시작했다. 한지공예를 전공한 그는 2014년부터 영암 예술가들과 협동조합 형태로 갤러리 겸 창작공간을 운영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공간을 놀릴 수 없어 2021년 갤러리에 카페를 열었다. 취미 삼아 배워둔 커피와 디저트가 무기가 됐다.

미술관 아래는 무화과 전문 카페다. 선물로도 인기인 무화과빵(2000원)이 대표 메뉴다. 건무화과를 럼에 졸여 식감을 살리고 저장성도 높였다. 무화과 퓌레와 커피, 우유를 넣은 무화과라떼(6500원)도 별미다. 여름에는 라떼 위에 생무화과 조각을 얹어준다.
미술관 아래는 커피 한 잔만 시켜도 금귤정과 한 점과 화병에 생화를 꽂아서 내준다. 최근에는 ‘갓함(2인 3만5000원)’도 선보였다. 갓을 닮은 작은 함에 무화과를 비롯한 각종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담았는데 꼭 예물 같다. 김 대표는 “멀리서 온 손님에게 대접받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산이 탐닉한 월출산 차(茶)

백운동은 원주 이씨 집성촌이다. 조선 시대 선비 이담로(1627~1701)가 명품 정원을 일궜고, 그 후손들이 차를 재배했다. 다산은 강진 유배 시절 차를 탐닉했다. 다산초당에서 약처럼 차를 마셨다. 다산은 강진을 떠나면서 제자들과 ‘다신계(茶信契)’를 맺었고, 제자들은 편지를 부칠 때 차도 함께 보냈다. 다산 제자 이시헌의 차 제조법을 이어받은 이한영(1868~1956)도 다산 후손들에게 계속 차를 보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차 브랜드 ‘백운옥판차’를 만든 주인공이다.

백운동 이한영 생가 앞에 이한영의 고손녀 이현정(56)씨가 운영하는 ‘백운차실’이 있다. 백운옥판차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다. 한옥 방 한 칸을 빌려서 1시간 30분 동안 차와 떡·건과일 같은 간식, 월출산 경치를 즐기는 ‘한상차림’도 인기다. 가격은 차 종류에 따라 2인 3만9000~4만9000원. 여름엔 말차빙수(1만7000원)를 찾는 사람도 많다.
강진·해남·영암=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정재환, 친구 토막 시도”…나체 배회 전 ‘21분 녹취’ 입수 | 중앙일보
- [단독] 이 대통령 “세종집무실 수정됩니까”…퇴짜 놓은 당선작 공개 | 중앙일보
- “3000만원 넣어라, 3억 된다” 삼전닉스 이을 ‘텐배거’ 종목 | 중앙일보
- 엄마 일 나가면, 9살 딸 ‘성폭행 악몽’…60대 그놈 충격 정체 | 중앙일보
- “성적 수치심 느꼈다” 女프로배구 회식 악몽…전 코치 결국 | 중앙일보
- [단독] 홍명보 선임 주도한 이임생, 축협 정관에도 없는 직책이었다 | 중앙일보
- “군대 갈래요” 8100명 줄섰는데…“모두 복무 못해” 이 나라 뭔일 | 중앙일보
- 화장실서 시신 쏟아졌다…술집서 ‘30명 충격 사망’ 태국 발칵 | 중앙일보
- 길거리서 외국인 여성 넘어뜨리고 성범죄…새벽 수원서 무슨 일이 | 중앙일보
- ‘공무원 변신’ 이수지 또 터졌다…상상초월 ‘악성 민원’ 깜짝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