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누가 레버리지를 원했는가

“누가 레버리지를 찾을까.” 그들은 이 질문에서 시작했어야 했다. 그들이 했어야 할 다음 질문은 이거다. “왜 레버리지를 찾을까.” 마지막엔 이 질문에 도달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레버리지는 어떻게 작동할까.”
레버리지 상품이 나오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할 ‘사고 과정’은 이랬어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심리를, 어느 때보다 깊숙이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했어야 했다. 금융당국은 제도의 지향점이 아니라 결과에 따른 파장을 고민했어야 했다.
전 세계 주식투자자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아무리 생각해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 등 후회와 개탄 섞인 비판이 뒤늦게 난무한다. 한국처럼 반도체주발(發) 변동성의 혼돈을 겪고 있는 미국, 일본, 대만에서까지 원망과 탄식이 들려온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정부와 금융당국은 질주하던 코스피를 더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끌어왔다. 해외(미국·홍콩)에서는 이미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투자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국내 투자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하는 차원이라고도 했다. 그게 자본시장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라고 포장했다. 그렇게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가 ‘국내-해외 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 해소 방안’을 내놓게 됐다. 그날 코스피 종가는 5224.36이었다. ‘오천피’를 돌파한 지 나흘 된 날이었다.
그 무렵 “누가, 왜 레버리지를 찾을까”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이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의 스펙트럼은 개미부터 헤지펀드까지 다양하다. 헤지펀드 논리는 간단하다. 삼성전자에 1000억원을 투자해서 100억원을 벌던 헤지펀드가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고 가정해 보자. 산술적으로 500억원만 투자해도 100억원을 벌 수 있다. 이들이 자금을 어디에 넣겠는가.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족’도 레버리지를 찾는다. 5000만원을 빌려서 500만원을 벌어 본 직간접 경험이 있다면, 5000만원을 빌려서 1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하게 된다. 레버리지 무용담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빚투족 대출금이 갈 곳은 어디겠는가.
많이 벌었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느끼기란 쉽지 않다. 헤지펀드, 전문투자가, 빚투족, 그리고 “나도 돈 좀 쉽게 벌어보자”는 수많은 초심자가 레버리지에 뛰어들었다. 출시일인 5월 27일, 코스피는 8228.70으로 마감했다. 8000피를 넘긴 바로 다음 날이었다. 낙관론이 넘쳤다. ‘만스피’가 언급되던 때였다.
레버리지는 예상과 달리 작동했다. 너도나도 투자금을 빼서, 차익 실현을 해서, 적금을 헐어서, 빚을 내서라도 레버리지를 일으키려고 달려들었다. 코스피 시총 절반을 차지하는 삼전닉스에 레버리지까지 더해지니 수급에 크게 휘청거렸다. 레버리지 ETF를 유지하기 위한 리밸런싱 수요는 변동성을 높였다. 고수익만 바라보느라 고위험은 외면했다. 금세 리스크에 노출됐다. 코스피는 길을 잃었다. 9114.55(6월 22일)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등락을 거듭하다 6806.93(7월 13일)까지 추락했다. 7284.41(7월 15일)까지 회복했지만 전 고점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방법은 없을까. 이재명 대통령도 “보완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상장폐지가 거론된다. 없는 걸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있던 걸 없애는 게 더 어렵다. 많이 늦었지만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라도 돈을 쥔 사람들이 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예상하는 데서 시작하길 바란다.
문수정 경제부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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