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 경매로 물가 배워요”…서울 중학생, 체험형 수업으로 경제 배운다

이보람 2026. 7.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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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 1학년 4반에서 김나영 사회 교사가 통화량과 물가에 대해 모의 경매를 통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모의 경매에서 손을 들고 가격을 외치고 있는 학생 모습. 이보람 기자

“더 없나요? 자, 그럼 1만 3000원에 낙찰하겠습니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선 모의 경매가 한창이었다. 이날 경매는 김나영 교사(사회)가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경제 수업이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가상 화폐인 바둑알을 나눠 받은 뒤 항공권, 호텔 숙박권, 고급 뷔페 이용권 등이 담긴 가상의 물품꾸러미를 낙찰받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짰다.

시작은 차분했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이 20만원일 때만 해도 학생들은 1000원 단위로 조심스레 가격을 불렀다. 하지만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교실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통화량이 두 배로 늘어나자 물품꾸러미는 3만3000원에 낙찰됐고, 세 번째 경매를 앞두고 통화량이 100만원 더 늘어나자 여기저기서 만원 단위의 호가가 터져 나왔다. 물품꾸러미의 내용은 첫 경매 때와 같았지만, 마지막 낙찰가는 20만원으로 치솟았다.

박은찬(13) 군은 “직접 경매를 해보니 돈이 많이 풀릴수록 물가가 오른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앞 분식집의 컵떡볶이 가격이 작년 1500원에서 최근 2500원으로 올라서 속상했는데, 오늘 수업을 듣고 나니 왜 가격이 올랐는지 경제적 원리를 알게 돼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 1학년 4반에서 김나영 사회 교사가 통화량과 물가에 대해 경매를 통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보람 기자


수업을 진행한 김 교사는 20년 간 학생들이 게임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경제 원리를 학습하도록 돕는 ‘실험경제반’을 운영해왔다. 김 교사는 이런 수업을 설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추상적인 경제 개념을 말로만 설명하면 학생들에게 와 닿기 어렵지만, 이를 직접 체험하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최근 주식 투자를 비롯한 금융 전반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으나 학교 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학생들이 특정 주식 종목을 물어보거나 모의투자 앱 수익률을 자랑할 만큼 돈과 금융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자산 관리나 각종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학생 때부터 체계적인 경제·금융 교육이 필요하지만,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금융을 직접 다루는 분량은 단 4페이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초·중·고 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84%는 ‘학교 경제교육이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경제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학교 경제교육의 문제점으로는 ‘이론 중심으로 실생활과 연관성이 부족하다’(28%)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교사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용적인 교재 및 자료 개발’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청소년들의 경제·금융교육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교육청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수업 설계와 사례 등을 포함한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대상 직무연수가 실제 수업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금융·경제교육 내실화를 위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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