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시선] 답이 없는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딜레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적은 투자금으로 손익이 증폭되는 ‘지렛대 효과’로 단기간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단일종목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이 잠식되는 ‘음의 복리 효과’ 등으로 장기투자에 부적절합니다.”
상품 설명서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전날인 5월 26일, 금융당국이 낸 보도자료의 내용이다. 보도자료라고 하기엔 이례적으로 상품에 대한 주의와 유의사항 안내로 빼곡히 채워졌다. 알리바이를 만들 듯 투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한 외국 사례까지 언급하며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했다. ‘흡연의 끝은 폐암’이라는 살벌한 담뱃갑의 경고 문구처럼, 시장을 뒤흔들 폭탄의 등장을 예고하는 듯했다.
폭탄의 파괴력을 확인하는 데는 50일도 걸리지 않았다. 변동성의 소용돌이에 증시는 초토화됐다. 레버리지에 올라탄 시장은 무너져 내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5월 27일)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6월22일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치(9114.55)를 찍었지만 20여일만인 지난 13일 7000선이 무너졌다. 투자자 손실은 커졌다. 지난 8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모든 종목이 상장가(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주가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널뛰는 장에 시장의 충격 완화 장치인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발동이 일상화했다.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55회 발동됐다.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등락해 1분간 지속할 때 시장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는 올해에만 7번 발동됐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총 발동된 횟수(13번)의 절반이 넘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인 6월과 7월에만 5번 시행됐다. 극심한 변동성에 코스피가 ‘국가 공인 도박장’이 된 꼴이다. ‘코스피 카지노’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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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렛대 효과로 주가 지수 급등락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폐 청원도
도박판 된 자본시장, 그냥 둘 건가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건 그 구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변동 폭을 특정 배율로 추종해 수익이나 손실이 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2배 레버리지 ETF의 경우 지수가 1% 오르면 2% 상승하는 식이다.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손실이 2배가 된다. 이런 구조로 인해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매일 장 마감 시점에 기초자산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리밸런싱’ 거래를 해야 한다. 주가가 급락하면 레버리지 배수를 유지하려 장 마감 전 기계적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시장의 충격을 증폭시킨 건 ‘단일종목’으로 이뤄진 기초자산이다. 하락장에서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맞추기 위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물량이 쏟아지면서 두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고,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며 도박판처럼 변질됐다.
레버리지 ETF 뇌관의 폭발력을 키운 건 정부다. 그동안은 단일 종목 비중(30%) 제한과 최소 편입 종목(10개) 규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초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배율·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금융위원회에 지시했다”고 밝히자 금융위는 서둘러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허용 계획을 발표했다. 치솟는 환율을 잡으려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증시의 고공행진 속 포모(FOMO·소외 공포)에 사로잡힌 개인투자자에게 ‘묻고 더블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자금이 쏠리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시장의 블랙홀이 됐다. 중소형주나 다른 섹터의 우량 기업으로 흘러갈 자금은 말라붙었다. 건전한 자본시장의 기능은 사라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키운 변동성에 하락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수많은 주식 투자자가 급락 열차를 탔다. 오죽하면 아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폐지를 주장하는 국회 전자청원까지 등장했을까.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란 괴물을 탄생시킨 당국의 결자해지를 기대하기엔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정치권 등에서 주장하는 상장폐지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시장에 또 다른 혼란과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 논의되는 보완책도 미봉책일 뿐이다. 잡겠다는 환율은 못 잡은 채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당국의 모호한 태도에 만만한 개미만 죽을 노릇이다.
하현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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