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폰도 불났다…“배신자” 문자 폭탄에 떠는 국힘

류효림 2026. 7.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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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 개인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비공식 커뮤니티 '당원의힘'. 당원의힘 홈페이지 캡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지키세요” “배신자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두둔하는 겁니까”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의 강성 팬덤이 보내는 ‘항의 문자·전화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팬덤의 주요 표적은 장 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거나 장 대표와 거리를 두는 의원들, 또는 최근 한 의원과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 의원들이다.

이들은 장 대표에게 불리한 기류가 감지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의원 연락처를 공유하며 비슷한 내용의 항의 문자를 동시다발적으로 보낸다고 한다. 최근 이런 항의 문자에 시달린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마치 지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동일한 내용의 취지의 비슷한 시간에 몇천개씩 온다”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허다하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직후 장 대표를 향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뒤 며칠간 휴대전화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문자 폭탄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정점식 원내대표와 차담을 하던 중, 정 원내대표의 휴대폰에도 항의 문자가 빗발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정 원내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대표만을 위한 사당(私黨)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진 직후였다.

중진 의원은 물론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때로는 팬덤의 화살을 피하지 못한다. 친장동혁계로 평가받는 조광한 최고위원도 지난 5월 라디오에서 “한 의원이 부산 북갑에 불출마하면 복당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한 뒤 거센 항의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계파 간 다툼을 접고 화합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중진 의원, 한 의원과 국회에서 인사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힌 영남 지역 의원 역시 문자 폭탄의 표적이 됐다. 다른 중진 의원은 “항의 문자는 물론이고 국회 사무실, 지역 사무실로 ‘왜 장 대표를 돕지 않나’라는 취지의 전화가 빗발쳐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맘(Mom)편한특별위원회 공동 주최 6.3 참정권 침해 전국 학부모 시국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영 내 반대파를 겨냥한 강성 당원 혹은 정치인 팬덤의 항의 문자·전화 폭탄은 원래 진보 진영 특유의 문화로 인식돼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했던 일명 ‘문꿀오소리(문재인+벌꿀오소리)’,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손가락혁명군(일명 손가혁)’이 대표적인 강성 팬덤이다. 이들은 주요 법안 처리 과정서 이탈표 우려가 일거나, 주요 정치 쟁점에 대해 지지 정치인과 반대되는 입장을 지닌 의원이 있으면 명단을 돌리며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의 은어)으로 지칭해 공격했다.

2019년 불거진 ‘조국 사태’ 당시에도 조국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팬덤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해 문자·전화 폭탄을 쏟아내는 일이 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탄핵에 찬성한 당 의원들을 겨냥해 공세를 취한 적 있지만, 이런 일은 대체로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 의원이나 장 대표 등 보수 진영에도 팬덤 정치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의원들에게 직접 항의하고 행동하는 팬덤 정치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찾기 힘든 새로운 현상”이라며 “단순히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새로운 여의도 문법으로 받아들일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의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최고위원은 “자주 오는 욕설 등 특정 단어는 스팸 단어로 차단해놨지만, 그래도 전부 차단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자 폭탄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정치 성향이 다른 의원들과 인사하기도 겁난다”고 했다.

류효림 기자 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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