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초읽기' 치솟은 주담대 금리에 30년 고정금리 상품 출시 '표류'
한미 긴축 예고…주담대 8% 눈앞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선택권 확대 필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를 바라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만기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도입이 표류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차주의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상품이지만, 소비자들이 당장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로 몰리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최장 30년간 금리를 고정하는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를 논의해왔으나 최근 관련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높은 금리 수준에서는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무리하게 상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실제 판매 가능한 상품을 설계해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목표했던 하반기 출시 방침은 유지하되, 구체적인 시기는 시장 여건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차주의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을 추진해왔다. 현재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는 대부분 5년 동안만 금리를 고정한 뒤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이다. 반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20~30년 동안 동일한 금리를 적용하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보편화돼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미리 예측하고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고정금리 주담대는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41.6%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86.6%에서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이는 고정금리가 7%대 중반까지 치솟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5년 고정형이 연 4.65~7.37% 수준인 반면 변동형은 이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을 함께 안내한다"며 "소비자들은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음에도 당장의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변동금리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무보증 AAA 등급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올해 초 3.497%에서 이달 8일 4.327%까지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연초만 해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기존 5년 고정형 상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은행권과 협의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은행들의 장기 조달 비용 부담도 커져 적극적인 출시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다만 소비자의 금리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흥행 부진 가능성이 있더라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연내 한미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이 될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주담대 금리는 통상 5% 수준으로 미국의 7%대보다 낮고, 역사적으로 특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소비자들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금리 상승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공급하고, 최종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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