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바다의 폭염 ‘해양 열파’

지구는 태양열을 받아들였다가 우주로 방출한다. 바다는 대기 중 열에너지를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냉각기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균형과 평형을 맞춘다. 이런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면, 열 교환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축적된 에너지가 폭주한다. 폭주의 형태는 주로 이상기후인데, 쌓인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이상기후의 강도·빈도는 치솟는다. 지구가 평형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격렬하게 몸살을 앓는 셈이다. 그런 몸살 가운데 하나가 해양 열파(marine heat wave)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해양대기청 자료를 바탕으로 “태평양 전역에서 지구 표면적의 13.5%에 이르는 초대형 해양 열파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해양 열파는 북태평양과 적도 부근에서 각각 형성된 2개가 결합하면서 거대한 몸집을 형성했는데, 필리핀부터 페루까지 넓게 퍼져 있다고 한다. 해양 열파는 바닷물의 수온이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는 현상이다. 강한 일사량, 약한 바람, 해류 변화, 용승(차가운 심층수가 해수면으로 올라오는 현상) 감소, 대기·해양 순환 이상이 겹치면서 열이 바다에 갇힌 것이다. 바다의 폭염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해양 열파는 있었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최근 들어 ‘출발 온도’ 자체가 높아졌다는 게 문제다. 같은 기상 조건에서 발생 빈도, 지속기간, 강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강하고 넓은 해양 열파는 바다의 냉각기능 상실을 의미한다. 초강력 태풍이나 폭우, 홍수 폭염, 극한 가뭄, 대형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자주, 세게 찾아온다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고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이 고통을 받게 된다. 올여름에 북반구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남반구 아르헨티나에선 ‘남극 한파’가 몰아치는 중이다. 해양 열파는 지구의 몸살이고, 몸살의 끝에서 균형과 평형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여정이 갈수록 길어지고 험난해지는 것 같다.
김찬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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