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 몸집 불렸지만 ‘이자장사’ 갇힌 은행들… 수익성은 뒷걸음질

박성영 2026. 7. 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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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한국외환은행 도쿄지점 등 첫 진출
국내 대출 규제 등 강화에 해외 시장 공들여
지난해 해외점포 211개·총자산 334.5조원
IB 등 비이자이익 줄어 순이익률 되레 하락
수익원 다변화·현지 우량 고객 확보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은행이 대출 규제와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 정체를 뚫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점포 수와 자산 규모는 큰 폭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는 뒷걸음질 쳤다. 외형은 커졌지만, 여전히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하는 ‘예대마진 중심 영업’에 머물면서 질적 성장은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원 다변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1개국으로 뻗어간 국내은행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 은행의 해외 공략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41개국 211개로 전년 말보다 4개 늘었다. 점포 유형별로는 지점 96개, 현지법인 61개, 사무소 54개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22개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 20개, 미국 17개, 중국 16개, 미얀마 14개가 뒤를 이었고, 지역별로 아시아가 142개로 전체의 67.3%를 차지해 중심축 역할을 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역사는 반세기를 넘어섰다. 1967년 한국외환은행이 도쿄·오사카·홍콩지점을 동시에 개설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듬해인 1968년에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이 도쿄지점을 열었다. 시중은행 중 첫 해외 진출 사례다. 1980년대 동남아·유럽으로 사무소·지점·법인을 열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시작됐다. 1990년대 금융자율화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해외 진출이 확대됐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비주력 사업인 해외 네트워크는 정리 대상이 됐다. 당시 257개였던 해외 점포는 약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134개로 반 토막 났다. 해외 공략이 다시 속도를 낸 것은 리스크가 줄었다고 판단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은행권은 포화 상태가 된 국내 시장 대신 점진적으로 해외 영토를 넓혀 왔다.

외형도 전보다 커졌다. 사무소를 제외한 현지법인·지점 기준 총자산은 지난해 말 2331억3000만달러(약 334조5000억원)로 전년 말보다 7.4% 증가했다. 국가별 총자산은 미국이 376억달러로 가장 크고 중국 320억7000만달러, 영국 275억3000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눈 돌리는 까닭은
게티이미지뱅크

은행이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에서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 부동산 금융 규제 등으로 자산 성장 여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예대마진 축소도 불가피하다. 반면 동남아·중앙아 등 신흥국은 금융 접근성이 낮고 경제성장률이 높아 금융 수요 확대 여지가 크다. 국가별 경기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KB금융·하나금융그룹은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 신한금융그룹은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은행별 확장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신한은행은 일본과 베트남 등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다른 지역으로 성장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우즈베키스탄 현지법인 설립 인가 신청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진출보다 사업 정상화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대규모 손실을 내던 인도네시아 법인의 부실을 정리하는 한편 캄보디아 프라삭은행을 거점으로 소매·우량기업 중심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하나은행도 동남아 3대 법인(인니·베트남·캄보디아)과 기업금융을 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낮은 수익성, 수익원 다변화가 돌파구

문제는 커진 몸집만큼 수익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16억51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국내은행 전체 순이익(24조1000억원)의 9.8% 수준으로, 직전 2년간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1%로 전년보다 0.03% 포인트 하락했다. 자산은 늘었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효율이 높지 못하다는 의미다. 외형 성장과 질적 성장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큰 편이다.

이자장사에 쏠린 구조적 한계도 확인된다. 이자이익은 38억100만달러로 4.5% 늘었으나, 수익 다변화 정도를 보여주는 비이자이익은 6억1000만달러로 8.3% 줄었다. 비이자이익에는 대출이자 외 수수료·외환·자산관리·투자금융(IB) 등이 포함되는데, 이 지표가 뒷걸음질 친 것이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가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 성격이 강한 점이 비이자이익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 금융회사는 현지 진출 시 IB 업무를 앞세우지만, 국내은행은 IB 사업 경쟁력이 약한 편에 속한다.

은행별 성적표도 엇갈렸다. 지난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해외법인 합산 순이익은 약 800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신한은행이 해외 순이익의 60% 이상을 홀로 책임졌다. 나머지 은행은 주요 해외 거점 실적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의 적자 폭 축소에 힘입어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 817억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하나·우리은행은 핵심 거점 부진과 금융사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은 2102억원에서 434억원으로 78.4% 급감했다. 하나은행은 순이익이 1300억원에서 868억원으로 33.2% 감소했다. 중국법인이 392억원 순손실을 내 적자 법인으로 돌아섰다.

건전성도 국내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외점포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6%로 전년보다 0.10% 포인트 개선됐지만, 국내은행 전체 평균(0.57%)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해외 사업이 확대될수록 국가별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관리 능력이 수익성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관건은 수익원 다변화다. 지점 수를 늘리는 양적 확장을 넘어 현지 우량 고객을 확보하고 기업금융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수수료·IB 등 비이자 수익원을 넓히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비이자 수익 기반을 넓혀야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은행의 해외 사업 부실이 커지면 그 손실이 은행 재무 상태 악화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에게도 다른 방식의 부담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해외 진출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점포 건전성 및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은행 본점 차원의 해외점포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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