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숏리스트 나왔는데…지배구조 개편안 또 연기

최은희 2026. 7. 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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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안 발표 번번이 밀려…당국 엇박자 논란도
‘셀프 연임’ 차단이냐, 경영 자율성 훼손이냐
연말 은행장 인선부터 적용 가능성…금융권 긴장 지속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 도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또 미뤄졌다. 당초 KB금융의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 공개일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졌으나 결국 발표가 무산되면서, 금융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내·외부 후보 12명으로 구성된 롱리스트를 6명으로 압축한 1차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 이창권 KB금융지주 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이다. 외부 후보 2인은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익명을 요청한 1인이다.

회추위는 이날 확정된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다음달 27일 1차 인터뷰를 진행한 뒤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한다. 이어 9월11일에는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후보 검증과 평가과정을 통해 주주와 고객의 신뢰에 부합하는 최고의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2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K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가 7월3일 확정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 전에는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차기 회장 숏리스트 공개를 앞둔 KB금융지주가 새 지배구조 개선안의 첫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하지만 이 원장의 예고와 달리 결국 개선안 발표는 이번 주를 넘겨 또다시 미뤄졌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이날 지배구조 개선안이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고 귀띔했다.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3월 발표를 내부 목표로 삼았으나, 정국 상황과 지방선거 일정을 이유로 발표 시점이 계속 밀렸다. 3월에는 발표 날짜를 공지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하는 일정까지 잡았다가 무산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주도권 갈등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후 이 원장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중에는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재차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일정은 또 한 번 연기됐다.

최종안은 막바지 청와대 협의 과정이 길어지며 도출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안 중 핵심 쟁점인 ‘지주 회장 3연임 제한’의 법제화 여부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원장은 3연임 관련 안건 구성을 마무리했고 일부 보완·강화된 부분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미칠 충격과 실효성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개선안이 모범규준 수준에 그칠 경우 ‘셀프 연임’과 폐쇄적인 이너서클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반대로 법제화를 통해 회장·행장 선임 절차에 직접적인 구속력을 부여할 경우, 이사회와 사외이사들의 책임·권한이 커지는 만큼 은행권 인사 지형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KB금융 본사전경. KB금융 제공

지배구조 개선안 지연에 금융권 피로감…연말 인선 변수로

금융사 내부에선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일괄적인 규제 강화가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외부 개입이 과도해지면 단기 정치 논리에 따라 인사·경영 방향이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최종안에는 단계적 적용이나 금융회사 규모·특성에 따른 차등 적용 같은 ‘완충 장치’가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발표 지연이 길어지는 데 따른 피로감도 포착된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이후 반 년 넘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아, 인사·지배구조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언제까지 미뤄질지 모르겠다”며 “인선 작업을 확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계속 긴장 상태가 이어지며 혼란만 가중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안은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던 만큼, 오는 15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 이전에는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개선안은 올해 말 예정된 은행장 인선 시기부터 본격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현재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장들은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모두 올해 12월 말 임기가 종료되며,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내년 1월까지다. 이들 인사는 금융당국 개선안 발표 직후 강화된 기준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된다.

앞서 이 원장은 “7월부터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입법 절차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며 “지주 회장 선임뿐만 아니라 은행장 선임 절차도 다수 예정돼 있는 만큼 입법과 모범규준 발표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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