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존중” 경기중 물도 못 버리는 고시엔
![2024년 일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대1로 꺾고 우승한 뒤 상대 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3/joongang/20260703003502726hhtu.jpg)
2023년 3월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 고시엔(甲子園)에서 열린 봄 선발 고교야구대회. 도호쿠고의 한 선수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자기 팀 더그아웃을 향해 ‘페퍼밀(pepper mill·후추 갈기)’ 세리머니를 했다. 그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이 유행시킨 동작으로, 후추통을 잡고 비트는 시늉을 한다.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등이 선보이며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본 고교야구는 이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1루심은 해당 선수에게 주의를 줬다.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상대를 조롱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스포츠가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겸손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라는 일본 고교야구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고시엔의 유의사항에는 경기장에 침을 뱉거나 남은 물을 버리는 행위뿐 아니라 경기 도중 기쁨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가쓰포즈’(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 등도 삼가도록 돼 있다. 그라운드 위 ‘품격’을 얼마나 깐깐하게 따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구호 논란을 계기로 학생선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배재고는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가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2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차별·혐오 표현 근절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을 잘 하고 있는지 다음 달까지 전수 점검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 스포츠에선 이런 면에서 외국에 비해 미흡하단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학생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지켜야 할 언행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미국은 각 주의 고교체육협회를 통해 ‘학생선수 행동강령’을 제정·운영한다. 학생선수가 인종·성별·민족적 배경을 이유로 하는 혐오 발언, 조롱, 폭력과 같은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을 저지를 경우 실력·성적과 상관없이 경기장에서 퇴장당하거나 출전 제한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고교농구 결승전 직후 코로나도고 선수들이 라틴계 학생이 다수인 상대 팀에 토르티야를 던졌다가 우승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스포츠맨십·인종문화 감수성 교육 명령을 받았다.
경기력과 함께 학업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에선 학생선수들이 공동체적 가치와 역사를 배울 기회가 한국보다 많다. 미국은 대학 진학 후 선수 활동을 이어가려면 고교 시절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승인한 핵심 과목 16개를 이수해야 하는데, 이 중 미국사·세계사 등을 포함한 사회 교과 2년 이상이 포함된다. 일본은 과목별 낙제점인 ‘아카텐(赤点)’을 받으면 보충수업이나 재시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한국은 품행·학업을 관리하는 기준이 느슨한 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운영 규정엔 상대 팀 야유나 물 뿌리기 등 지나친 응원·세리머니를 제재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경기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통제에 가깝다. 학교체육진흥법은 고교 학생선수가 국어·영어·사회 등에서 학년 전체 평균점수의 30%를 넘도록 하고 있지만, 미달 시 온라인 보충수업 이수로 출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운동부 학생들의 교육이 등한시되는 것은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학교와 지도자가 어떤 말은 응원이 아니라 조롱과 차별이 될 수 있는지 제대로 가르쳤는지 돌아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보람·오삼권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가인·이병헌 아이도 다니는데…‘그 국제학교’ 없어진다고? | 중앙일보
- “학폭 징조? 핸드폰에 있다” 경찰아빠, 중2 아들 폰 보는 법 | 중앙일보
- [단독] ‘구더기’ 아내 사망 이틀 전…부사관이 장갑 끼고 한 짓 | 중앙일보
- 알바 면접 갔다 성폭행 당해 성병…10대 죽음 그 뒤 생긴 일 | 중앙일보
- “속 시원” 홍명보 폭행 가짜영상에 985만뷰…월드컵 분노 더 세진다 | 중앙일보
- “아들에 성관계 영상 보낸다”…전업주부 성착취 ‘악몽의 인플루언서’ | 중앙일보
- 손흥민 말 끊은 홍명보…남아공전 참사 부른 ‘라커룸의 진실’ | 중앙일보
- “2차 시험 합격했다” 김구라 활짝…4세 늦둥이 딸에 무슨 일 | 중앙일보
- “10년 어려보여” 얼굴 바뀐 황정민…금주 2년에 ‘술톤’ 사라졌다 | 중앙일보
- “조심하라” 외쳤는데 순식간에…‘인생샷’ 찍다 150m 추락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