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칼럼] 반도체 호황, 미래의 자산으로 바꾸자

세상 변화가 빠르다 보니 예기치 못한 일들이 현실로 되어 나타난다. AI는 이미 사람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고, AI 스스로 자기 개선을 통해 ‘초지능’ 단계에 이르는 특이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산업혁명보다 더한 문명사적 대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지금 인류는 진입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살아온 세상과 크게 다를 것이다. 주요국들의 분배 악화와 정치토양 변화는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첨단기술·무역 제재가 무기화 된 시대로 들어섰다. 이러한 기류들이 함께 뭉쳐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가격이 급등하여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전례 없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구조적 정체를 겪고 있던 한국경제에 예상치 못했던 단비다. 그러나 이것이 축복이 될지, 훗날 저주로 돌아올지는 지금 우리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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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초호황은 지나가는 단비
활용방식이 축복, 저주 나누게 돼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 기금화해
미래 국가경쟁력 위해 사용해야
」
이미 많은 분들의 칼럼에서 언급되었듯이 네델란드의 경우 1959년 북해의 대규모 천연가스전 발견이란 횡재는 가스 수출과 외화유입 급증, 인플레, 임금상승, 길더화 강세, 제조업 쇠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며 ‘네델란드 병’으로 발전했다. 1970년대 북해에서 유전이 발견되자 노르웨이는 이를 교훈 삼아 막대한 석유수입을 국부펀드로 만들어 주로 해외에 투자해 현재와 미래세대가 그 과실을 나누도록 했다. 이 펀드는 지금도 2조달러 규모로 세계최대 국부펀드다. 오늘의 노르웨이 번영은 석유가 아니라 석유를 다룬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도 1980년대 북해 석유수입이 크게 증가하자 마거렛 대처 정부는 이를 감세, 재정지출, 구조조정 비용으로 썼고, 파운드화가 크게 절상되며 제조업 경쟁력 상실로 이어졌다. 그 결과 산업혁명 원조국인 영국은 제조업 쇠퇴와 금융중심 서비스경제로의 이동이 가속화되었다.
금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6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후 내년에는 각각 800조원, 1000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대미문의 규모다. HBM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한 2024년만 해도 이들의 합계 영업이익은 약 56조원, 지난 해에는 90조원 정도였다. AI 투자붐, 미국의 대중국 기술·무역제재, 두 기업의 투자와 혁신 성과, 국가적 지원이라는 기류들이 합쳐지며 갑자기 열대의 스콜 같은 폭발적 이익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행운의 폭우가 그리 오래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국가미래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지금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필자는 평상시 수준 이상의 기업이익에 대해서 다소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해 여기서 나오는 세수는 일반재정지출로 사용하지 않고 ‘국가미래기금’화 할 것을 제언해 보고 싶다. 현재 국내기업의 세전이익이 3000억원 이상인 구간에는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각종 세제감면 등을 포함하면 기업에 따라 실효세율은 이보다 낮다. 여태까지 국내기업의 순이익이 50조원을 넘긴 경우는 드물었다. 10조원을 겨우 넘긴 기업도 현대차, 일부 금융지주회사 등 몇 되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약 50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가령 세전이익이 50조원, 100조원 이상이 되는 구간에는 세율을 27%, 30%로 적용해 이 구간에서 나오는 세수는 전액 기금에 적립해 국가미래를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규모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는 법인세율 인상이라기 보다 한시적 초과이익세가 될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반도체특수 전망이 실현된다면 이 기금에 적립할 세수규모는 향후 3년간 수백 조원이 넘을 것이다. 이렇게 적립한 기금은 미래 한국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 사용하면 좋겠다. 첫째,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바이오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투자를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 둘째, 전력망, 용수, 산단 조성 등 첨단산업 인프라, 셋째, 이공계 인력양성과 청년세대 장학금, 넷째, 구조조정과 사회 안전망, 다섯째, 기초과학과 문예진흥을 위한 장기적 지원 등이 그 것이다. 이 기금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첨단기술연구소, 국제정세연구소를 만들어 차세대에 남겨주는 것도 뜻있는 일이다.
이는 시장경제원칙과 기업의 투자여력, 평상시 조세수입을 지키면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또한 반도체 특수기의 유동성 증가로 인한 인플레와 부동산 과열을 막는 거시경제적 대책이 될 것이며, 과다한 금리인상 필요성을 막아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금융안정을 기하며 여타 제조업들의 쇠퇴를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전닉스’ 두 기업은 이를 통해 큰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하게 되는 것이다. AI 시대의 도래를 맞아 이제는 어차피 새로운 국가재정의 역할 모색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지금이 좋은 계기라 생각된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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