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첫 '알바'도 여기서... 홈플러스에서 울컥한 이유

최호림 2026. 7. 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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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마트 갈까?"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곳...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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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림 기자]

홈플러스가 2000억 원 규모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기업 회생 절차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신선 식품 협력사 182곳은 서울회생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취지의 호소를 전했다고 한다. 전체 협력 업체 4603곳 가운데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뒤, 지난 1일 전주 효자동 홈플러스를 찾았다. 전주에는 이제 효자점과 덕진점 두 곳만 남았다. 한때 시민들이 즐겨 찾던 완산점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나에게 이곳은 단순히 장을 보는 마트 그 이상이다. 까르푸, 홈에버, 그리고 지금의 홈플러스까지 간판의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긴 시간만큼 우리 가족의 추억도 이곳에 차곡차곡 쌓여 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닌텐도 게임팩을 사러 왔고, 파워레인저에 푹 빠졌던 시절에는 장난감을 사러 들르곤 했다. 더운 여름이면 "우리 시원한 마트 갈까?"라는 말 한마디에 온 가족이 손을 잡고 나섰던 피서지이기도 했다. 심지어 대학생 큰아들의 첫 아르바이트도 이곳에서 했다.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쌓여 있는 곳
 '야채' 코너를 가득 채운 냄비들. 신선식품 대신 생활용품이 진열된 전주 홈플러스 효자점
ⓒ 최호림
이날 주차장은 평소보다 한산했지만,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손님들도 적지 않았고 계산대도 바쁘게 돌아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매장 안의 풍경은 달랐다. 신선식품이 풍성하게 채워져 있어야 할 진열대는 군데군데 비어 있었고, 야채 코너 일부에는 프라이팬 같은 생활용품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상한 마음에 직원에게 이유를 묻자 "죄송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그 한마디가 오히려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깃든 공간이 서서히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마주하니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왜 그래? 눈물 글썽이는 거야?"라며 내게 농담을 던졌다.

아내는 평소 비싸서 망설였던 생활용품을 할인 가격에 한가득 장바구니에 담았다. 어쩌면 아내의 모습이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어떻든 소비자는 평소처럼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생각하는 길 역시, 멀리서 안타까워하는 마음보다 직접 찾아와 물건을 사주는 평범한 '소비'에 있을 것이다.
 '무조건 1만원' 등 대대적인 할인 행사 안내문이 나붙은 홈플러스 매장 전경
ⓒ 최호림
한 기업의 위기는 단순히 어느 한 회사의 재무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홈플러스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장을 보는 마트일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이가 자란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고, 첫 월급을 받은 직장이며, 가족과 함께 웃었던 공간이다. 기업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건물 하나가 없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쌓여 있던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잃는 일이기도 하다.

언젠가 홈플러스가 다시 정상이 되어 활기를 되찾는다면, 우리 가족도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곳을 찾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집으로 돌아와 씁쓸한 마음에, 홈플러스에서 50% 할인가에 사 온 드라이 와인 한 잔을 따랐다. 입안을 감싸는 떫은 탄닌의 맛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의 씁쓸함은 비단 와인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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