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곁들인 李·文 오찬…“뭉쳐야” “넓혀야” 통합론 갈렸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한목소리로 “통합”을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지지층 사이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회동이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국정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민주진영의 단합이 절실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나란히 냈으나, 구체적인 표현은 미묘하게 달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청와대 녹지원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포옹으로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서로의 건강을 물으며 오찬 장소인 상춘재로 이동했다. 식사 메뉴로는 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과 여름철 보양식 민어탕이 준비됐다.
이 대통령의 권유로 먼저 입을 연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는 국민통합”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거둔 성과 뒤에서 더 큰 성과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당내 단합이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진영, 그리고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과의 더 큰 단합을 이뤄내야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 단합’을 강조한 문 전 대통령은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해서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그 꿈을 반드시 이루시길 바란다”는 덕담도 건넸다. 이어 “대통령의 건강은 공공재라는 말도 있으니, 한숨 돌리면서 일정 관리나 건강 관리를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는 민주정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넘어서 현 국민주권 정부가 만들어졌다”며 “좋은 점들을 더 키우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또 새로운 것을 더해서 끊임없이 우리 민주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진영 통합과 관련해선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집권해서 모두를 대표해서 모두를 위한 정치·행정을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구조적 다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단합과 외연 확장)를 조화롭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민주정부가 국가 전체를 책임져야 할 주요 세력이 됐다”면서 “누구도 걱정하지 않도록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그 기반 위에서 우리가 구조적 다수를 향해서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통합’에 방점을 찍었지만, 뉘앙스는 미묘하게 달랐다. 우선 이 대통령은 ‘모두’를 세 번, ‘확장’을 두 번 입에 올렸다. ‘단합’은 딱 한 차례만 사용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단합’이란 단어만 다섯 번 입에 올렸다. 여권 내부에선 그 차이를 주목했다. 민주당의 옛 친문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당의 분열을 지금 잘 해결해야 나중에 괜찮을 것’이라는 점을, 이 대통령은 국정 성과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각각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친명계 중진 의원도 “어감에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하다”며 “문 전 대통령이 내부의 통합·단결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 대통령은 평소 일관되게 강조해 온 중도 확장 철학, ‘모두의 대통령’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비공개 회동에 배석한 홍익표 정무수석은 “단합과 외연 확장이 분리된 가치가 아니다”라며 “두 분 다 단합도 중요하고 외연 확장도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홍 수석은 또 “두 분은 가짜뉴스나 멸칭 등으로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최근 정부와 삼성·SK 등 대기업이 함께 발표한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등 3대(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메가 프로젝트에 관해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아주 획기적인 성과”라고 축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그쪽(호남)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놓은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검찰 제도 개편에 대해선 문 전 대통령이 “국가 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인 만큼 정부가 안착을 위해 세심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고, 이 대통령은 “앞으로 자주 조언을 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준호·오소영 기자 ha.junh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0억이 대수냐, 집사도 있다” 부자노인 홀린 그 실버타운 | 중앙일보
- “IQ 두 자릿수, 전교 꼴찌였다” 그 축구부가 서울대 간 방법 | 중앙일보
- 방광암 걸렸던 서울의대 교수…“사후세계 있다” 믿게 된 이유 | 중앙일보
- “아들에 성관계 영상 보낸다”…전업주부 성착취 ‘악몽의 인플루언서’ | 중앙일보
- “속 시원” 홍명보 폭행 가짜영상에 985만뷰…월드컵 분노 더 세진다 | 중앙일보
- [단독] 김성태 “이재명 대북송금 아니다…연어 술파티? 물잔 건배” | 중앙일보
- “아이돌인 줄”…실물 공개에 난리 난 2억짜리 中휴머노이드 | 중앙일보
- [단독] “손흥민·이재성 선발 빠진 이유는…” 홍명보호 남아공전 전말 | 중앙일보
- ‘안락사 없는 보호소’서 개 사체 117구 발견…美 발칵, 무슨 일 | 중앙일보
- 교통사고 입원하면 공짜 피부관리…한방병원 기막힌 ‘호캉스 영업’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