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英 새 정부에 EU 재가입을 권하는 이유
유럽 안보위협·경제 측면서 힘 합쳐야

올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1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또 한 명의 영국 총리가 사임했다. 지난 10년간 6명의 총리가 사임했다는 것은 브렉시트라는 사회적 실험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새로 들어설 영국 정부는 EU 재가입을 실행에 옮길 의지를 가져야 한다. 미국과 영국 양쪽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가이자 영국의 성공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믿는 미국인로서 나는 영국 정부가 EU 재가입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부터 심각한 실책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영국은 EU 탈퇴로 얻어질 것이라 기대했던 경제적 이익을 전혀 얻지 못했다. 역으로 예상됐던 거의 모든 부작용만 초래했다. 오늘날 영국의 젊은 유권자들 대다수도 EU 재가입을 선호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영국인은 EU 탈퇴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당초 브렉시트의 목표는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영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경제지표들은 그 목표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재정감시기구인 예산책임청(OBR)은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생산성이 EU 회원국이었던 시절에 비해 4% 이상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무역, 노동시장, 자산시장 등 여러 면에서 큰 타격을 입혔고, 10년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감소의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EU 규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역협정을 통해 얻어질 것이라는 기대수익도 미미했다. 지금까지 치른 대가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이익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약속했던 이민 제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 브렉시트로 EU 회원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순이민은 감소했다. 그러나 EU가 아닌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비(非) EU 국가 이민자는 EU 회원국일 당시 20만명 수준에서 지난 2023년에는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불법 입국자 숫자도 브렉시트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EU 탈퇴로 다른 유럽국가들과 국경보안 및 치안유지 협조에 나서지 못하게 됐고, 불법 입국을 막는 데 어려움이 더 커진 영향이 크다.
브렉시트는 영국 정부도 마비시켰다. 관료들은 수년 동안 브렉시트 이후 발생한 각종 협정 체결에 매달려야 했다.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 공공서비스 개혁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빼앗겼다. 이제 새 정부는 브렉시트 이전보다 훨씬 가난하면서 과제들만 산더미처럼 쌓인 정부를 물려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EU가 입은 손실도 막대하다. 특히 안보와 전략적 자율성 부문에서 영국이 맡아주던 군사력과 외교적 역량이 떨어지면서 유럽의 안보는 불안해졌다. 러시아는 더욱 위험해졌고, 중국은 더 강력해졌으며 미국과의 대서양 동맹도 불확실해졌다. 유럽 내부의 안보와 갈등은 이제 영국과 EU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EU 재가입은 양측 모두에 막대한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양측의 의지만 있다면 실질적인 재통합 성과는 여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 영국과 EU 양측이 안보에 대한 공동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다시 손을 맞잡아야 한다. 유럽의 군비지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U와 영국이 무기 공동조달, 비축량 확충, 사이버 능력 협력, 방산역량 증대 등 안보 측면에서 협력을 다시 강화한다면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안보 차원 협력 강화에 이어 경제적 마찰도 줄여가야 한다. 수출업체에 대한 상호 국경 규제를 완화하고 전력시장 협력을 통해 전기요금을 낮추고 노동시장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브렉시트로 일자리 기회를 잃은 수많은 영국 청년들의 고통을 EU 재가입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영국 청년들의 80% 이상이 EU 재가입을 희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U 입장에서도 영국의 EU 재가입은 미국 진출을 바라는 수많은 유럽 청년들이 대서양을 건너기 전 영어권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격요건과 체류기간, 학비 등에 대한 양측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유럽 청년들도 영어권 국가에서의 직업 및 언어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갈등이 보여주듯, 어떤 국가든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함께 성장할 때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영국과 EU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와 유럽의 안보가 위협받는 지금 양측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 영국에서 새로 구성될 정부의 운명은 유럽과의 관계 회복과 EU 재가입 여부에 달려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통신 창업자 겸 최대주주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New Leadership Can Move the UK Past Brexit'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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