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과 합의 없이 원 구성 단독 처리한 여당
수십년 이어온 견제와 균형 원칙 흔들
협치보다 힘의 논리 앞세워선 안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11명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어젯밤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22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앞으로 2년간 민주당의 입법 독주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 추진 의사를 밝혀온 조작기소 특검법과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고 상임위원장은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비례주의 원칙이 유지돼 왔다. 이 관행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면서 한 차례 무너졌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1년 만에 일부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줬고,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후반기 국회에서는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법사위는 모든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핵심 상임위다.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된 것도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야당 시절에는 이 원칙을 누구보다 강조해 왔다. 그런데 집권당이 되자 같은 원칙을 부정한다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전반기 국회에서 기존 관행을 무시하고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이후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 입법과 사법 개혁 관련 법안,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잇따라 처리했다.
국회 운영은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결정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물론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의 비협조로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빚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수십 년간 여야가 지켜온 관행을 무너뜨리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비롯한 국회 운영 방식의 변화는 여야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대화와 합의를 통해 이뤄냈어야 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의회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또 다른 원칙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여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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