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 구성 강행, 단독 표결 최다…후반기 국회도 뻔하다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정치 본연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일방 독주’의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본회의를 열고 22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직을 사임한다고 통보했다. 원 구성 단계부터 파행이 일어났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전반기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온 국회 관행을 무시한 처사다. 더구나 대화나 타협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온 강성 서영교 의원에게 위원장을 맡겼으니 앞으로 어떻게 국회가 굴러갈지 결과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당 시절 협치와 소통을 주장하던 민주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방적으로 7개 상임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비워둔 채 여당 몫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런 태도는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는 야당과의 최소한의 합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22대 국회 전반기 동안 상임위와 소위원회에서 일방 표결에 부쳐진 안건이 320건이나 됐다. 21대 국회의 5배가 넘는다. 다수당의 법안 강행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을 때 많았는데, 세 자릿수를 보인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의 국회가 얼마나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런 지표를 민주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결과가 아니라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 있다.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일 뿐 독주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입법 등 국회 운영에 소수 야당을 참여시키는 것은 집권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국정 공백 최소화와 신속한 민생 해결을 명분으로 내걸지만, 국민이 다수 의석을 맡긴 게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여권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념과 지역, 계급으로 갈라진 대립을 줄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을 경우 중도층의 이탈로 당정의 지지율 하락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여권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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