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필요한 하루치 물 65만t… 댐 높이고 농업·발전용수 끌어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하루치 물의 양 65만t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댐을 높이고 농업·발전용수를 돌려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광주·전남 신규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용수를 동복댐에서 30만t, 주암·장흥댐 15만t, 보성강댐 10만t, 나주댐 10만t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전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65만t의 용수를 적시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기후부는 각 댐의 여유 용수가 있어 이를 산단에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복댐의 경우 현재 여유량 8만8000t 가운데 5만t을 쓸 수 있다고 봤다. 주암댐에서는 생활·공업 용수 계획량 중 쓰이지 않는 5만t을 끌어오고, 장흥댐에서도 여유량 10만t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여유 용수 20만t가량은 바로 공급할 수 있다고 기후부는 설명했다.
추가로 필요한 용수 공급을 위해 댐의 벽 높이를 15m가량 올려 저수량을 늘리는 ‘증고’ 사업도 진행한다. 김 장관은 이날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직접 찾아 증고 작업 시 용수 공급 방안을 보고받았다. 증고를 통해 저수량을 늘리면 동복댐에서만 25만t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기후부 계산이다. 동복댐은 광주광역시 소유 용수전용 댐이어서 협의 후 5년 내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는 기존 물 사용 방식을 바꾸는 방식이다. 주암댐 상류 발전용 댐인 보성강댐에서는 발전용수로 쓰던 물 10만t을 공업용수로 전환한다. 기존에는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뒤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이었지만 이를 반도체 산단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발전용수가 줄어들면 보성강댐의 발전량도 감소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방식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영산강 하류 지역 나주댐에서는 농업용수를 영산강 하천수로 대체하고, 여기서 아낀 나주댐 물을 반도체 산단에 끌어오게 된다.
다만 심한 가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용수 공급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2023년 서남권에서는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 에너지는 산업자원이기 전에 국민이 먹고사는 생명 자원이므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심하게 가물거나 크게 비가 오는 식의 ‘극한 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생활용수 자체가 부족해지는 문제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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