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운명 'D-3'…2000억원에 달린 '生死'
67개 점포 중심 생존 전략 제시
내달 3일 가결 여부 결정
연장이냐 폐지냐 '운명의 일주일'
홈플러스가 초강도 구조조정의 성적표를 법원에 내밀었다. 점포와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1조2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반영한 수정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하며 생존 가능성을 입증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이 추가 시간을 부여하면 마지막 회생 기회를 얻게 되지만, 반대로 회생절차를 종료하면 홈플러스는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30일 유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전국 126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추진한 구조조정 성과와 향후 수익 개선 전망을 구체화해 법원과 채권단 설득에 나선 것이다.

자구안은 대형마트 업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강도 높다. 슈퍼마켓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사 NS쇼핑에 매각했고, 대형마트 점포도 절반 가까이 정리했다. 인력 역시 자연 감소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회생 신청 직전보다 약 50% 줄였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와 운영비 등 약 1조2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체질 개선을 마친 67개 핵심 점포가 상품 공급과 영업 정상화 이후 연간 8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년 내 영업이익은 15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폐점 점포 매각 대금을 활용해 공익채권과 회생채권을 모두 변제하고, 이후 신규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법원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홈플러스의 운명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연장되는 시나리오다. 홈플러스는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내달 3일인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의 연장도 함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변경된 계획안을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한이 연장되면 홈플러스는 사실상 마지막 회생 기회를 얻게 된다. 법원이 요구한 2000억원 규모의 DIP(Debtor-in-Possession·회생기업 대출) 금융 조달 방안을 보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 간 협상도 이어갈 수 있다. 협력사들의 납품 정상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에도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장이 곧 회생 인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신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생계획안 역시 다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반면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 회생절차를 연장했다. 당시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진행 중이어서 회생 가능성을 기대할 근거가 있었지만, 현재는 주요 자산 매각이 대부분 마무리된 만큼 추가 연장의 명분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법원이 이해관계인들을 상대로 의견 조회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의견 조회는 통상 회생절차 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절차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구조조정 성과 자체보다 수정 회생계획안이 실제로 이행 가능한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홈플러스는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잔여 자산 처분과 채권 변제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영업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협력사와 입점업체의 거래 불안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적으로는 회생을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승부는 2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 확보에서 갈릴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측에 이날까지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메리츠는 1000억원 수준의 지원 가능성만 열어두면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개인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가 홈플러스 회생의 '운명의 일주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까지는 법원이 요구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제출해야 하고, 내달 3일까지는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가 결정된다. 불과 나흘 사이에 홈플러스의 존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법원이 확인하려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라며 "결국 남은 변수는 신규 자금 조달이 현실화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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