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 ‘눈엣가시’ 우편투표 조항 ‘합법’ 판결…트럼프 맘대로 안 되는 선거제도

임성수 2026. 6. 30. 07: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트럼프의 연방준비 제도 이사 해임도 제동…다른 연방 기관 해임 권한은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선거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도 유효로 판단하는 주 법에 대해 29일(현지시간) 합법 판결을 내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편투표를 비난하며 제도 변화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2020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우편투표에 돌리며 제한을 시도해왔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선거일로부터 최대 5일 후까지 우편 투표 용지를 접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 미시시피주 법에 대해 합법 판결을 했다. 현행 미시시피주법은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는 선거일 이후 최대 5일 안에 도착한 경우 유효표로 집계한다. 미시시피 등 14개 주와 워싱턴 DC가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히면 일정 기간 유예를 허용하고 있다. 다른 10여개 주는 군인과 해외 거주자에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원고 측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이런 제도가 연방 공직 선거일을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로 규정한 연방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측은 ‘선거’라는 개념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던지는 행위(Ballot casting)뿐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최종적으로 받는 행위(Ballot receipt)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와 투표 용지 접수 모두 선거 당일까지 완료돼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일은 유권자가 투표를 마쳐야 하는 기한일 뿐, 투표용지를 수령하는 마감일까지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관 9명 중 통상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이번 판결에서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에 동조하면서 5 대 4로 합법 의견이 앞섰다.

트럼프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유권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유권자 ID법안(SAVE 법안)’ 통과를 더욱 압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연방대법원에서 유권자의 권리와 관련해 엄청난 패배가 있었다”며 “선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후에도 ‘국민’의 투표가 집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SAVE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모든 유권자는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2.모든 유권자는 시민권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3.우편투표 금지(질병, 장애, 군 복무, 여행의 경우 제외)”라고 적은 뒤 “정치인이든 그 누구든 위의 세 가지 요건에 반대할 수 있는 변명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서도 “사람들에게 불법 투표할 시간을 주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역시 SAVE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 하원의장은 SAVE 법안이 과반 의석으로도 통과할 수 있도록 예산조정 절차에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아예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폐지해 SAVE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로 미시시피주 등은 예전처럼 선거일 이후 도착 우편투표 용지도 유효 투표로 보고 개표에 반영하게 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4년 대선 당시 선거일 소인이 찍혔지만 선거일 이후 법정 기한 내 도착한 투표 용지가 최소 72만 5000장이다.

대법원은 이날 별도 판결에서 트럼프의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해임 시도에도 일단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쿡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트럼프는 쿡 이사가 과거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다며 지난해 8월 해임을 발표했는데 쿡 이사 측은 소송을 내고 맞서고 있다. 쿡 이사 측은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부당 해임을 시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금 쿡 이사를 해임하도록 허용한다면 대통령은 사전 통지나 사후 사법적 견제 없이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법원이 5대 4 판결로 쿡 이사의 손을 들어주며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연준을 거듭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개편 구상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평가했다.

만 대법원은 또다른 판결에서는 트럼프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다른 독립기관의 인사를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다는 판결을 하면서 대통령의 해임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역대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인, 이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판결을 끌어낸 현직 대통령이어서 영광”이라고 적었다.

AP통신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해임 사유를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연방법과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해 온 91년 전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기관 수장을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