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계란값 고공행진

계란은 가격과 물량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저개발국은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충분한 공급망을 확보한 많은 나라에서는 변동폭이 적다. 그러나 언제든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비례해 가격 폭등은 엄청난 후폭풍을 부른다. 특히 산란계의 대규모 살처분이 불가피한 조류인플루엔자(AI)은 심각한 파동으로 이어진다.
‘Trump Take Egg’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유행한 밈이다. 사람들은 슈퍼마켓의 텅 빈 진열장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Egg gone #Trump take egg(#계란이 사라졌어 #트럼프가 가져갔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2022년 시작된 최악의 AI로 가금류 1억5600만 마리가 살처분됐기 때문이었다. 2019년 한 알에 10센트였던 계란값은 2024년 말 70센트로 올랐다. 계란 한판에 3만원이 넘었는데도 가격 인상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를 탓하며 “당선되면 취임 첫날 계란 가격을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공급부족으로 오른 계란값을 하루아침에 내릴 재주는 없었다. 계란파동은 누구의 탓도 아니었지만 이를 선거에 이용한 트럼프는 조롱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계란파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됐다. 값이 오르자 양계농가는 닭을 대거 사들였고, 공급이 늘며 계란값은 저절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주기적인 계란파동을 겪고 있다. 겨울에 AI가 유행하고, 여름이 다가오며 계란값이 치솟는 패턴이 반복된다. 문제는 해결방식이다. 계란값이 가장 비싼 나라는 스위스다. 우리보다 평균 2.5배 비싸다. 이유는 안전한 식품을 향한 의지다. 높은 관세로 계란 수입을 막고, 비싸더라도 건강한 환경에서 닭을 키우겠다는 정책이 천문학적 계란값을 부른다.
우리도 최소 사육면적 규제 정책을 실행하려면 그만큼의 가격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 AI에 따른 계란파동은 예산을 투입해 막을 수 있지만, 주기적인 파동은 일시적인 보조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세금을 쏟아부어 가격을 잡으면 된다는 생각은 시장을 교란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고승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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