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지지율 떨어진 이 대통령의 과제

이재명 대통령의 표정이 좀 억울해 보였다. ‘국정은 변한 것이 없는데’ 지지율은 하락했다. 더욱이 유럽에서 EU 정상회담과 G7 회의 참석, 교황 방문 등 굵직한 외교 활동을 하던 중인데, 국내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 원인을 당내 갈등에서 찾았다.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뭘 가지고 싸우는 거냐.” 이 대통령의 생각대로 이것도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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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대통령이 겪는 지지율 하락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가 더 중요
외부 아닌 자신 탓으로 인정하고
임기 중반엔 국정 스타일 바꿔야
」
하지만 지방선거 이전까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65%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 대통령이 2025년 대선에서의 득표율은 49.4%였고, 그 이전인 2022년 대선에서는 47.8%를 얻었다. 얼마 전까지 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이들 중에는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15-20%의 국민이 있었다는 말이다. 대선 때의 지지층 일부가 이탈한 것은 맞지만, 최근 45% 이하로까지 내려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을 모두 당청 갈등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 누린 높은 지지율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마련인 허니문 효과일 수도 있고, 계엄 옹호와 음모론에 갇혀 존재감마저 느낄 수 없었던 야당 덕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라는 정치 행사를 거치면서 야당은 서서히 ‘윤석열 주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고, 국민도 전임 정부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고, 더욱이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패배한 것은, 지지율 하락이 표면에 드러나기 전부터 민심의 흐름이 변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서울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적 분수령이 될 총선도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모든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겪는다. 임기 초반 50%에 육박하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최근에는 30% 초반까지 하락했다. 정치학자들은 대통령 지지율 변화를 두고 ‘하락의 필연적 법칙(the law of inevitable decline)’이라고 부른다. 선거 때의 기대감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서 이에 실망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또 상황이 선거 때와 달라지기 마련이어서 대통령 지지의 판단 기준도 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만 특별하게 지지율 하락을 겪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은 것이거나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 하락은 통치의 안정성을 흔들고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지만, 한번 하락세로 돌아선 지지율을 회복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어떻게 이를 관리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이런 하락 추이에 대해 위기감을 가져야 하는데, 지지율 변동을 당청 갈등이나 야당 등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하지 말고, 대통령 자신의 탓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0여 년 전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고 동료 학자들과 그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다. 지지율 하락에 실망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문득 그 일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꺼내 읽었다. 그 연구는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을 대상으로 분석했고,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대통령 지지율 관리를 위한 제언을 12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임기 초의 지지율을 과신하지 말아야 함. 지지도 하락은 필연적임”이었다. 이전의 모든 대통령에게서 똑같은 추이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런 제언도 했다. “임기 중반 이후에는 ‘지지 세력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며, 중도 성향의 지지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중도 개혁적 이미지의 제시가 필요함. 초기의 대통령 지지 연합은 임기 중반을 지나며 약화될 수밖에 없기에, 합의적 이슈의 제시를 통해 중도층 지지 확보가 필요함.” 임기 초반에야 원하는 대로, 또 야당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다 해보려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설득하고 합의를 찾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중요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조용한 듯 보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대로 냉정하게 정치를 바라보고 있는 중도층 유권자를 두려워하고 그들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 제언에는 이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선거의 주기로 인해 야당이 언제까지나 약화된 상태로 놓여 있기는 어렵기에, 평상시 야당과의 적절한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함. 강력한 반대 연합이 잘 조직화되어 있다면 지지도의 하락은 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음.”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 대통령의 정치적 호시절은 끝이 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국정은 변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변화된 상황은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이 대통령의 정치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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