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벨트 호남까지 확장…결국 ‘통 큰 지원’이 성패 가른다

김수민, 이우림, 안효성 2026. 6. 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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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핵심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공급 대책은 물론, 인재 유인을 위한 정부의 ‘통 큰 지원’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호남 벌판에 반도체 ‘800조’ 베팅


정부와 기업은 전력과 용수 부족으로 포화 상태에 직면한 수도권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명명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팹(FAB)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기 위해 총 800조원을 투입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력, 용수, 인력 확보, 여러 인프라 등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존 수도권 산단은 ‘속도전’으로 조기 완공을 추진한다. 용인 산단의 반도체 공장 건설 일정이 각각 7년(삼성전자)~12년(SK하이닉스) 당겨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은 “첫 번째 숙제는 용인 팹이 차질 없이 가동되도록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재투자를 이어가는 것인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이후 호남 투자 계획도 도미노처럼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남권에 웨이퍼 제조와 증착·식각 등이 이뤄지는 ‘전공정’ 팹이 들어선다면 충청권엔 칩을 쌓고 조립하는 ‘후공정(패키지)’중심의 투자가 이뤄진다. 이 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은 최첨단 적층 기술이 필요하다”며 “HBM 팹을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에 56조원 규모의 최첨단 HBM 패키징 팹을 조성하는 등 140조원을 투자한다. SK하이닉스도 청주에 낸드플래시 팹(전공정) 건설과 함께 패키징 팹 투자에 총 100조원을 쓸 예정이다.

차준홍 기자

‘간헐성’과 ‘수질’, 디테일 공백은


반도체 공장의 필수 조건인 ‘24시간 끊김 없는 안정적 전력과 용수’ 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호남권 반도체 단지에 전력 6.3GW(기가와트)와 하루 65만t의 용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4GW급 신규 원전 4~5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전 과기부 장관)은 “호남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해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숙제 달성에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을 극복해야 하는 건 숙제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망 안정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ESS가 얼마나 필요하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구체적 추산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반도체 공정 필수 요소인 ‘초순수(超純水)’를 만들기 까다롭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전공정 팹은 1기당 하루에 약 20만t의 용수가 필요해 4기가 모두 가동되려면 하루에 총 80만t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주·전남 섬진강과 영산강은 한강이나 낙동강과 비교해 절대 수량 자체가 적다. 특히 영산강은 수질마저 주요 5대강 중 최하위 수준이다. 다만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서남권에서 확보 가능한 자체 댐 물량 40만~50만t에 수계 조정 및 타 지자체 농업·발전용 댐까지 활용하면 30만t 이상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약 1조3000억원 이상이 드는 초순수 정수 시설 구축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진 기자


“TSMC는 국제학교 일정까지 당겼는데”


더 큰 장벽은 ‘인재’다. 인재들이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대만 TSMC가 지난 2023년 일본 구마모토에 1공장을 지을 당시,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대만 인재들을 위해 국제학교 확장 이전 일정을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반년 이상 앞당기고 대만어 수업도 개설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전력과 물은 돈으로 해결되지만 진짜 문제는 인재”라며 “인재들이 지역에 계속 머물게 하려면 교육 환경은 물론 문화·예술 등 인프라까지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고 했다.

결국 투자의 성패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달렸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겸 부회장은 이날 “신속한 원스톱 행정 지원과 국가 책임의 인프라 조성이 절실하다”고 건의했다. 한국규제학회장을 지낸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부동산, 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나씩 추진하다간 타이밍을 놓친다”며 “정부 부처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해당 지역에 ‘전면적 규제유예(샌드박스)’를 과감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수민·이우림·안효성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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