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홍 감독’ 밀어붙였나…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김판,김지훈,이강민 2026. 6. 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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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월드컵 예고된 참사, 축구협회 대해부] 홍명보 감독 선임 미스터리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8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서 어두운 얼굴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과달라하라=이한형 기자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2년 전 선임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감독 추천을 담당하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돌연 사퇴했고, 다른 위원들은 홍 감독 내정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누가 왜 절차와 과정을 어겨가면서까지 홍 감독을 밀어붙였는지 그 과정은 여전히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결과 보고서와 1심 판결문 등을 토대로 전현직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축구인들을 취재해 홍 감독 선임 과정을 되짚어봤다. 2024년 스포츠윤리센터 조사에서 홍 감독 등 주요 인사들이 진술했던 비공개 발언도 추가로 파악됐다.

분노 키운 홍명보의 말

선임 당시 축구 팬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은 홍 감독의 이중적인 발언과 태도였다. 그는 울산HD 감독 시절 국가대표 감독직과는 공개적으로 선을 긋다가 돌연 감독직을 수락했다. 당시 운동장에는 ‘피노키홍’ 등 홍 감독을 비난하는 문구와 야유가 가득 찼었다.

2024년 3월 공개된 울산HD의 공식 유튜브에서 홍 감독은 자신이 국가대표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2024년 6월 30일 K리그 경기를 앞두고는 “그동안 내 스탠스는 항상 같았다. 우리 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감독설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같은 발언은 불과 일주일 만에 뒤집혔다. 홍 감독은 선임 발표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제가 팬들한테 (대표팀에) 가지 않는다고 얘기했던 부분에서 마음을 바꾼 상황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2024년 하반기에 실시된 스포츠윤리센터 조사에서는 자신이 말을 바꾼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스포츠윤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홍 감독은 당시 감독 불공정 선발과 관련된 조사에서 “(2024년) 2월경부터 국가대표 감독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소속팀과 팬들이 많이 흔들려 감독직을 맡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맡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홍 감독은 불공정 논란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감독은 일반 회사에 입사하는 것처럼 서류를 내고 응시하는 방법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도 당시 조사에서 “8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우리가 너무 외국인 감독만 고려하고 있다. 언제까지 해외 감독을 우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고 발언한 사실이 있지만 감독 선발에서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조언에 불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이사는 정 위원장 사임 후 홍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홍 감독과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석연찮은 정해성 전강위원장 사임

2024년 6월 27일 정해성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감독 후보자 최종 3명을 보고했다. 1순위는 홍 감독이었고, 나머지는 외국 감독들이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다음 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후속 절차는 이 기술총괄이사가 이끌었는데,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협회가 관련 규정과 절차를 어겼다고 결론 내렸다. 감독 선임과 추천 과정에 권한이 없는 이 이사가 관여했고, 전강위원들에게도 내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2024년 9월 국회 현안질의에서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으로 건강상의 이유 등을 언급했지만, 축구계에서는 사퇴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4년 스포츠윤리센터 조사에서 김정배 당시 축구협회 상근부회장은 “정 위원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연락이 두절됐다”며 “뒷수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각 부서장 등을 불러 대책회의를 소집했다”고 진술했다.

정 위원장이 정 회장의 입맛에 맞게 홍 감독을 1순위로 보고한 뒤 항의성으로 사표를 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축구계 인사 A씨는 “정 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로 보고하긴 했지만, 그 자체가 이미 모종의 압력을 받은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을 오래 알고 지낸 축구협회 출신 인사 B씨도 “정 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 회장은 평소 자신의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편이다. 소통 과정에서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축구계 인사 C씨는 당시 정 위원장으로부터 “‘제가 그 속사정을 어떻게 다 말로 합니까. 지금은 덮고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후계자’ 홍명보를 위하여?

절차 문제와 별개로 정 회장은 평소 홍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2024년 펴낸 저서 ‘축구의 시대’에서 홍 감독에게 차기 축구협회장을 권유했던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함께 일하면서 유심히 지켜보니 역시 평판대로 좋은 축구인이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주요 정책을 차질없이 밀고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를 이끌 리더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성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홍 감독을 선임했던 상황을 밝히며 “성급하게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적었다. 당시 한국은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홍 감독은 축구 팬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었다.

이슈탐사팀=김판 김지훈 이강민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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