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3세도 중대범죄는 안 봐준다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중대범죄에 한해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최근 촉법소년 제도를 논의한 결과 중대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조건부 하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촉법소년 관련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현행 기준(만 14세)을 유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늘어나는 소년 범죄에 대한 우려 및 처벌 강화 여론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했다.
성평등부는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개선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며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가 제일 합리적인 선일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보고 두 달 뒤에 결론 내자”며 사실상 ‘시한’도 제시했다.
지난 3월부터 성평등부는 사회적 대화협의체를 운영하며 공론화 작업을 진행했다. 협의체는 전문가와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 결과 등을 종합해 지난 4월 30일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기준(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유지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당초 성평등부는 ‘현행 유지안’을 지난달 국무회의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미뤘고, 결국 ‘조건부 하향’으로 정부안을 변경했다.
배경에는 협의체 권고와 국민 여론 사이의 괴리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실시된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응답자 81%가 연령 기준 하향에 찬성했다. 촉법소년 범죄가 최근 늘어난 점도 하향론에 힘 실었다.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을 응징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인기와 함께 처벌 강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게 소년범죄 감소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형사책임 연령 기준을 16세에서 14세로, 소년원 송치 가능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췄지만 소년범죄가 줄지 않았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3월 성명에서 조기 처벌이 보호·교육 기회를 상실시켜 더 높은 재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지난 4월 열린 시민참여단 토론회에서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기준이 연령만으로 책임 능력을 배제해 수사 공백이 발생한다”며 “연령을 낮추면 경각심을 키우고 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소년범죄의 근본 원인은 부실한 양육과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있다”며 “정신건강 지원과 조기 개입 등 보호·교육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안이 실현되려면 국회가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촉법 연령 하한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발의된 형법 개정안에선 살인, 강도, 강간·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을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김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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