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보다 실용적” 美 기류 변화…미셸 스틸 부임 앞 ‘5적’ 공세는 우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미국 조야에서 제기됐던 ‘친중·반미 정부’라는 우려가 최근 들어 잦아들고 있다. 취임 직후만 해도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셰셰(謝謝)’ 발언 등을 고리로 중국 경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실제 국정 운영 과정에서 미국 내 평가가 달라지고 있단 분석이다.
지난 25일 알렉스 웡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부보좌관이 제주포럼에서 내놓은 평가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핵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일한다면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을 “강한 한국 지도자”라고 치켜 세웠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 공조에 기대감을 드러낸 셈이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세미나에서 이 대통령을 급진 공산주의자로 보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 특히 미국 핵우산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중 외교 역시 “완전한 친중 정책이라기보다 재균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같은 자리에서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반미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워싱턴 일각에선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조용한 위기’가 싹틀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하고, 스팀슨센터도 “워싱턴 일각에선 서울의 외교정책 의제에 급격한 변화가 임박했을 수 있다는 조용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던 것과는 달라진 기류다.
이런 변화엔 정부의 여론전도 일정 부분 맞물렸다. 지난 1일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과 로런스 펙 미 북한자유연합 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를 “강경 좌파”, “친중 정부”로 규정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즉각 정면 대응에 나섰다.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은 나흘 뒤인 5일 WSJ에 반박 기고문을 보내 “한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심각한 왜곡”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해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탈피를 거듭 강조하고, 방위비 인상과 조선·투자 협력 카드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력하는 어젠다에 호응했다.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조사 과정에서도 미국 측에선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은 차별하면서 중국 기업에는 관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했지만, 복수의 정부 고위급이 채널을 가동해 이를 거듭 설명하며 확산을 차단했다.
한·미 간 안보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제6차 핵협의그룹(NCG) 회의 공동성명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5차 NCG 공동성명엔 없던 대목이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서울에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 지난해 한·미 정상 간 안보 합의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후속 협의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역할도 적지 않았단 평가다. 여권 일각에선 위 실장을 “향미주의자”(여권 관계자)라고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외교가에선 그가 미국 주류 인사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친중·반미’ 우려를 불식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애당초 위 실장을 안보실장으로 발탁했던 인선부터가 미국과 유럽에 안심을 줬던 시그널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가에선 이런 우호적 기류를 이어가는 것은 또 다른 과제란 말도 나온다. 이르면 다음 달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부임할 예정인 가운데, 진보 진영 일각에서 불필요한 정치 공방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스틸 지명자를 ‘반한(反韓) 5적’으로 규정하며 “대사 부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7일 귀국길에 올린 SNS 글에서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주한 미국대사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대사 인선에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스틸 대사는 한국계라 네트워킹과 정보 수집에서 한층 뛰어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낡은 프레임으로 미국 핵심 인사를 자극하는 돌출 발언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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