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딴지걸기” VS “표밭다지기”…여야 ‘호남 반도체’ 공방

여야는 28일 이재명 정부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구상과 관련해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부를 향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과 관련한 정책 공개 토론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등 공세를 펼쳤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의 갑작스러운 호남권 반도체 투자 발표를 두고 정치권과 시장이 일제히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며 “국가 백년대계인 반도체 산업을 전당대회라는 여당 내부의 권력 투쟁 시기에 맞춰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기업의 자본과 국가의 미래 동력을 정권의 ‘표밭 다지기’용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는 합리적 의심을 대통령은 그저 ‘돼지의 눈에 비친 억측’으로 치부하며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늘 정략과 야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국민과 언론의 정당한 우려마저 정략적 음해로 보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에서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고 적었다. 이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물 부족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얼마 전 국민을 ‘마귀’에 비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돼지’를 연상시키는 표현까지 내놓았다”면서 “이것이 과연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의 언어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더욱이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과 관련해 하루 동안 SNS에 다섯 차례나 글을 올리며 연일 반박에 나섰다”며 “이 대통령은 더 이상 SNS 말 정치로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지 말고 국민 앞 공개 토론에 나서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국민적 의문과 우려를 대표해 토론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을 가해놓고 선택은 기업이 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화법에 시장과 국민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아마추어 바둑 수준의 정치가 완장을 차고 훈수를 두며 생색을 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무대에서 소수점 아래까지 계산하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초일류 기업”이라며 “인허가권과 규제라는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이 방향을 정해두고 압박하는 순간 그것은 강요이자 정책적 협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첨단 기업은 정부의 설득이나 행정지도가 아니라 시장과 기술, 그리고 글로벌 경쟁이 이끈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호남에 핵심 수요기업도, 반도체 생태계도 없는데 청와대가 특정 지역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면서 “이것은 산업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보상이며, 기업을 그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이 대통령의 X 글을 캡처해 올린 페이스북에서 “지금 이 대통령이 한 말을 보면 이 대통령이 삼성, SK 호남 투자를 이미 자기가 결정했다는 고백 같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결정한다는 포장조차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결정(을) 이 대통령이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삼성, SK 주주나 이사냐”라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통령이 돼지라고 비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모 절차도, 유치 경쟁도 없는 깜깜이 밀실 속에서 닥치고 무조건 호남으로 가고 있다”면서 “내일(29일) 발표를 취소하고 그동안의 밀실정책을 백지화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결정하기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대한민국 1년 치 예산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 재정도 아닌 민간 기업의 자본으로, 청와대가 주도해 특정 지역을 점찍어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발목잡기라며 반격했다.
임세은 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가 미래가 걸린 대형 투자를 합리적 대안도 없이 발목잡기 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정치 공학적 딴지걸기”라며 “대전환기를 맞이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국가 균형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오로지 정치적 진영 논리로만 재단하려는 편협한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작도 하기 전에 ‘불가능하다, 정치공학이다’라며 저주부터 퍼붓는 분들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반도체, AI, 전력 인프라, 방산, 우주산업 등 미래전략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방소멸 해소전략도 과거처럼 균형발전이라며 여기저기 찔끔찔끔 투자해서는 안되고 소수의 거점도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역량을 총투입해서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수도권 밖 대규모 반도체 팹(공장) 클러스터는 매우 강력한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리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생산능력은 하나의 클러스터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새로운 생산거점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팹의 생산 능력이 곧 왕”이라고 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27일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지역주도 성장과 첨단산업 도약을 훼방 놓는 국민의힘은 반성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물 부족과 수질 문제를 운운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비과학적인 가짜뉴스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갈 길이 바쁜 정부의 발목을 끊임없이 잡는 정쟁은 국민을 피곤하게 할 뿐”이라고 했다. 전날 브리핑에선 “두 기업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검토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한 결과”라며 “대통령이 기업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투자를 강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하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즉각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김현정 의원도 27일 페이스북에서 “이 호황을 일시적인 주가 장세로 끝낼 게 아니라, 우리 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시장의 최정점으로 키워 국가 균형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대한민국 전체가 산다”며 “바로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자는 것이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라고 했다.
앞서 김민석 총리는 지난 26일 엑스(X)에서 “경제전쟁 앞의 기업판단을 또다시 정치 공세로 방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다.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부, 국토교통부의 정책 발표에 이어 삼성전자와 SK가 기업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내용의 행사 식순을 공개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언론공지를 통해 “국민보고회는 29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행사는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산업부, 과기부, 기후부, 국토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정책 발표, 삼성전자와 SK의 기업 투자계획 발표, 3대 메가프로젝트 육성방안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되며 오후 3시 20분 종료될 예정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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