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졸전이 틀림없다" 혹평까지…실점 뒤 23분간 슈팅 없던 '지독한 무기력'[2026월드컵]

박병희 2026. 6. 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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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 뒤 23분간 슈팅 없어
韓 패배 부른 무기력

한국이 충격적 패배를 당한 25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골을 내준 시간은 후반 18분이었다. 실점 뒤 만회 골을 노린 한국의 첫 슈팅이 나온 시간은 후반 41분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남아공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설영우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위를 넘어갔다. 실점 뒤 무려 23분이나 지난 뒤였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했던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23분이었다. 동점이나 역전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남아공에 패해 32강 합류를 위해 다른 조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5일(현지시간) 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훈련을 했다. 훈련에 앞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고, 아예 수비를 포기해도 될 정도로 골이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닥공(닥치고 공격)'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고수한 스리백은 라인을 유지하며 계속 뒤를 지키는 데 우선하는 모습이었다. 실점 직후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던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빼고 공격수가 아닌 또 다른 수비수인 박진섭(저장)을 투입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박찬하 KBS 해설위원은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졸전임이 틀림없다"며 "0-1로 지고 있을 때 1-1 동점을 만들거나 역전을 노리는 적극적인 시도보다는 오히려 0-2로 점수 차가 벌어지는 것을 더 걱정하는 듯한 경기 운영이었다"고 꼬집었다.

남아공 타펠로 마세코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옌스 카스트로프의 수비를 뚫고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더 많은 공간이 나올 것이라며 아시아 최고 공격수인 손흥민을 후반에 투입했다. 하지만 선제 득점에 성공한 남아공이 수비에 치중하면서 손흥민 후반 투입 작전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남아공이 선제 득점 후 수비를 강화하면서 공간이 꽉 막혔다. 손흥민의 이날 유일한 슈팅은 후반 43분에야 나왔다. 박스 바깥 중앙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수비에 맞고 굴절돼 상대 골문으로 향하지도 못했다. 손흥민은 경기 뒤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선발 명단에서 빠지면서 남아공은 이강인만 막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집중 견제를 받은 이강인의 패스가 앞선 두 경기에 비해 유독 정확도가 떨어진 이유가 됐다. 창의적인 이강인이 막히면서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이 반복됐고, 플랜B도 없었다. 한국 공격은 경기 내내 답답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슈팅 숫자는 조별 리그 세 경기 중 가장 적은 8개에 불과했다. 멕시코전보다 1개 적었고, 체코전(15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전술 부재를 지적했다. "처음 시도가 막히면 그냥 거기서 끝이었다. 파생되는 다른 방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 공격 아이디어가 많지 않다 보니 경기를 끌고 나가지 못 했다. 끌고나갈 자신이 없으니까 뒤를 지키는 선택을 하는 모습이었다."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은 승리 요인을 설명하며 "오늘 한국은 예상한 대로였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61위 남아공은 핵심 미드필더 테보호 모코에나와 템바 즈와네가 각각 경고 누적과 퇴장에 따른 징계로 빠진 상황에서도 한국을 농락하며 네 번째 월드컵 본선 도전 만에 첫 토너먼트 무대를 밟았다.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열려 토너먼트가 32강부터 시작된다. 12개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도 32강에 오른다. 승점, 골득실, 다득점, 페어플레이 점수 순으로 3위 팀의 순위를 가린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에서 실점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1승2패(승점 3), 골득실 -1(2득점, 3실점)의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3점은 32강을 노리기에 충분한 승점으로 여겨졌지만 26일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D, E, F조의 3위 팀은 모두 승점 4를 획득했다. 2차전까지 득점이 없었고 승점도 1점 확보에 그쳤던 E조의 에콰도르가 강호 독일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둔 경기가 홍명보호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다. 승점 3점씩 확보한 상황에서 3차전을 치른 D조의 호주와 파라과이가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도 한국이 원치 않는 결과였다.

스포츠 전문 통계매체 옵타는 전날 남아공전 패배에도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을 87.6%로 전망했다. 하지만 D, E, F조 경기가 끝난 뒤에는 53.2%로 크게 낮췄다.

현재 12개 조 중 6개 조의 조별리그 일정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 한국보다 성적이 나쁜 팀은 C조의 스코틀랜드(1승2패, 승점 3, 골득실 -3) 뿐이다. 남은 6개 조에서 스코틀랜드와 같은 팀이 세 팀 더 나와야 한국이 32강에 오를 수 있다. 대표팀은 베이스캠프가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운명을 기다릴 예정이다.

한국이 만약 32강에 오른다면 E조 1위 또는 G조 1위를 상대한다. E조 1위는 독일이 확정됐다. G조에서는 이집트(1승1무, 승점 4, 골득실 +2), 이란(2무, 승점 2, 골득실 0), 벨기에(2무, 승점 2, 골득실 0)가 1위 경쟁 을 벌이고 있다. 독일과 경기할 경우 오는 30일 오전 5시30분 미국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G조 1위를 상대할 경우 다음달 2일 오전 5시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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