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이 '문고리 권력'에 침식당한 대가는 가혹했다

김수병 2026. 6. 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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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 63년을 말한다_인물편⑨ 박흥렬] 충성의 다변화

[김수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취임식을 마친 뒤 주요 인사들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경호 조직 내부에서는 조직 위상 재정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당시 경호 조직은 대통령비서실 산하의 대통령경호처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독립된 국가기관에 준하는 위상으로의 재편을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대통령실장의 지위를 받는 경호를 전담하는 '기구'에서 '기관'으로의 위상 복원을 기대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조직의 기능, 권한, 위상 전반에 대한 재정립 요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1월 25일 기존 논의를 넘어서는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차관급 기관이던 대통령경호처를 장관급 기구인 대통령경호실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김영삼 정부 이후 약 15년 만에 경호조직 수장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권력 집중 및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로의 회귀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되었다. 반면,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양친을 총격에 잃은 사건과 본인에 대한 커터 칼 피습을 경험한 점을 고려할 때 경호 기능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존재했다. 또한, 국가원수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국가적 위기관리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호 역량의 제도적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 행복과 민생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가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국가 안보 우선의 기조를 일관되게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인식은 경호 조직 개편 방향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경호조직 수장에 군 출신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2월 7일 참여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박흥렬을 장관급 대통령경호실장으로 내정한 사실을 발표했다. 박 내정자는 군단장 재임 시절 "장병들의 기가 살아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면서 병영문화 개선과 인간 존중의 리더십을 강조해 온 인물로 평가되었으며, 이러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경호조직 내부에서는 통합과 조직 안정에 기반한 포용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더불어 참모총장으로서 군 개혁을 추진한 경험을 고려할 때 향후 경호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었다.

경호실로의 격상은 단순한 직제 개편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권력 운영의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자, 국가 운영의 기초 질서에 관한 통치 철학의 반영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전 경호조직 운영에서 나타난 개인 중심의 충성 구조와 성과 중심 운영 방식이 각각 한계를 노정한 상황에서, 박흥렬은 격상된 조직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운영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2013년 2월 24일, 국회의사당 취임식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전 경호기관장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현장에 배치된 경호요원들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격려와 소통을 병행하며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직 발전과 선진화 방안에 관심 기울인 박흥렬
 박흥렬 경호실장이 2013년 2월 28일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항공 기동수단을 둘러보고 있다.
ⓒ 대통령경호처
박흥렬의 경호실에 부여된 핵심과제는 장관급으로 격상된 위상에 부합하도록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과 함께 이른바 '3두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대통령 경호 역량과 국가 위기 대응 능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데 있었다. 그의 발탁은 안보·경호 체제 전반의 강화와 더불어, 북핵 위협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군 출신 중심 안보라인과의 정책적 정합성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되었다. 이는 경호조직이 대통령 개인의 신변 보호를 넘어 국가 차원의 안보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성이 강조되었음을 시사한다. 당시 박흥렬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한 퇴직 경호관은 "통상 신임 기관장은 인수위원회 시기부터 군기 확립 중심의 업무보고를 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박흥렬 실장은 조직 발전과 선진화 방안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박흥렬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전략기획과 야전 지휘를 두루 경험한 정통 군 출신 지휘관이었다. 군 조직에서의 충성은 명령 체계에 대한 신뢰와 규율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 운영 원리로 이해된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경호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경호조직을 단순한 행정 단위를 넘어 명확한 지휘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정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에 따라 경호 기능 역시 단순한 신변 보호를 넘어 접근 통제와 공간 관리 등 체계적인 권한 행사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한 경호실장의 장관급 격상은 대통령 안전을 국가 운영의 핵심 과제로 강조하려는 정책적 메시지를 내포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흥렬은 군 출신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기강을 확립하고, 규율과 책임성을 중심으로 한 운영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취임식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3년 2월 26일 연무관에서 열린 경호실장 취임식에서 그는 "경호업무에 대한 충분한 파악 없이 구체적 복무 방침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며, 사전에 준비한 약 140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한 '경호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으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이는 전역 이후 단국대학교에서 리더십을 강의해 온 행정학 박사로서의 이력이 반영된 것으로, 조직 운영에 있어 이론적 기반과 소통을 중시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을 예감케 했다.

이날 박흥렬은 경호의 핵심 키워드로 기(氣)·혼(魂)·도(道)를 제시하며, "조직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조직 운영에 반영함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키고, 직무 수행에 몰입하는 자세를 통해 오감(五感)을 활용한 경호를 구현하며, 공감에 기반한 소통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양한 리더 유형을 제시하면서 각 상황에 부합하는 리더십 덕목을 갖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부서 간·직급 간 경계를 완화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단 한 차례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만려무실(萬慮無失)'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호실 조직문화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러한 발언은 경호조직에서 중시되어 온 '충성'의 개념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과거 경호조직에서의 충성이 권력 중심의 외적 행동 규범에 방점이 있었다면, 박흥렬이 제시한 방향은 직무에 대한 책임성과 성실성, 내적 태도 등에 기반한 수행 윤리를 강조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는 이전 정부 시기 조직 위상과 사기 저하를 경험한 상황에서, 과도한 희생이나 일방적 헌신을 강조하는 방식이 조직 안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의 부담을 가중하기보다 구성원의 인식과 조직문화를 정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박흥렬은 경호조직의 비전 재정립과 문화 개선에 주력했다. 기존의 경직된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으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안주하는 자는 혁신하는 자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는 닫힌 조직의 문을 여는 하나의 주문으로 통하면서, 변화 지향적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그는 형식적 보고와 위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완화하고, 현장 중심의 의견 수렴과 실무 역량 강화를 병행하면서 조직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경호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하려는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다.

충성, 자기통제, 통합, 상황판단, 용기

박흥렬은 노무현 정부 시기 국방개혁을 추진한 이력으로 인해 개혁 성향의 군 출신 인사로 평가되었다. 공정성과 인사 운영 역량을 중시하는 '인사통'으로 불리며, 조직 내 화합과 소통을 강조해 온 인물이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가 이해한 충성은 맹목적 복종이라기보다, 부여된 직무에 대해 책임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당시 간부로 근무했던 한 퇴직 경호관은 "상급자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조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태도를 중시했다"면서 "파벌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며 충성을 내세우는 것을 '소충'(小忠)이라 여겨 극도로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러한 기조가 현장에서 요구되는 긴장도와 헌신 수준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박흥렬의 경호실은 여성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해 최근접 경호의 정밀도를 높이고, 여성 경호 인력을 확충함으로써 세심하고 정제된 경호 방식을 구현하고자 했다. 나아가 경호를 개인의 신체적 대응에 의존하는 '보디가드' 수준을 넘어, 경호실과 군·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통합적 '작전' 개념으로 재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이른바 '경호작전'이라는 개념이 부각되면서, 개별 기관 단위의 대응을 넘어 국가 차원의 역량을 통합하는 방향이 모색되었고, 이에 따라 경호 유관기관 간 협력과 조정을 제도화하는 체계 구축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경호처가 중심이 되어 군과 경찰 등 유관 기관의 경호 역량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강기정 폭행 사건'이 발생하며 현장 대응 체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던 강기정이 2013년 11월 박근혜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직가시 회피용으로 세워둔 대형 버스를 지나면서 "차 빼"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버스 문을 발로 차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22경찰경호대 소속 경찰이 항의를 하자 강기정이 백헤딩으로 들이받아 코피가 흐르는 등 폭력 사태를 유발해 논란이 되었다. 이는 공권력 행사 범위와 현장 대응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해당 사건은 경호실과 군·경 간 협업 체계 및 현장 대응 매뉴얼의 정비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통합훈련과 상황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추진되었다.

이렇게 '통합'의 개념이 경호작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경호 역량의 본질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경호조직은 민주화 이후 내부적으로 충성 개념의 재정립을 지속하며, 특정 개인이 아닌 헌법과 제도에 대한 충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운영 원칙을 조정해 왔다. 이는 경호 대상자와의 적정한 거리 유지, 정치적 중립성 확보, 전문성 중심의 조직 운영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다만 정권 교체기마다 조직 명칭과 소속 체계가 반복적으로 변경되면서 조직 안정성이 저해되는 문제가 지속되었고, 국가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임에도 조직과 기능, 인력 운용에 관한 법적 근거가 충분히 정비되지 못한 점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되었다.

대통령 경호기관의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는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되었다. 다만 단기간 내 관련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경호실은 김대중 정부 시기 제정된 훈(訓)인 '하나된 충성, 영원한 명예'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조직의 핵심가치 정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부서 및 본부 단위의 토론이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가 병행되었다. 당시 토론 과정에 참여했던 한 퇴직 경호관은 "핵심가치에 포함될 용어를 선정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여러 단계의 숙의를 거치면서 조직 구성원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전 구성원이 참여한 가운데 충성, 자기통제, 통합, 상황판단, 용기 등 다섯 가지 핵심가치가 도출되었다. 이른바 '5대 핵심가치'는 경호관의 직무 수행 기준이자 조직문화 형성의 준거로 기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기본 가치로 설정하면서도, 자기관리, 협업, 현장 대응 능력, 책임성과 같은 요소를 함께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단선적 충성 개념을 보완·확장하는 의미를 지녔다. 이는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았다. 전문성을 갖춘 경호 인력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실천적 기준으로 작용했다. 한마디로 지난날의 맹목적 충성을 되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준비된 경호관'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하라는 지상과제로 제시된 것이었다.

이러한 핵심가치는 교육·훈련과 평가 체계에 연계되어 조직 운영 전반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핵심가치의 실질적 내재화를 위해 교육·훈련 체계가 정비되고, 이를 구체화한 행동 지침이 마련되면서 조직 운영 전반에 변화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경호조직의 기능적 역량뿐 아니라 문화적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로 여겨졌다. 이러한 조치는 조직 내 인식 전환과 운영 방식의 점진적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반복적 교육과 현장 적용을 통해 핵심가치가 단순한 규범을 넘어 실천적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 강조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구성원 간 공통된 판단 기준이 형성돼 조직 대응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익숙한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5대 핵심가치 내재화는 익숙한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강한 규율과 위계에 기반한 지휘 방식에 익숙한 조직문화 속에서, 간부들의 리더십 역량을 재정립하는 것은 변화와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관문으로 여겨졌다. 법과 규정에 따른 임무 수행을 전제로 하되, 공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경호실은 다면평가(360도 평가)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기존의 상사 중심 평가는 구조적으로 제한된 시각에 의존할 수밖에 있었으나, 상사·동료·부하의 의견을 함께 반영하는 다면평가는 평가의 객관성과 균형성을 제고하고, 편향을 완화하는 동시에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로 평가되었다.

그동안의 경호실에는 은밀하지만 광범위하게 '생존형 충성'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수직적 충성 체계에서 "오로지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 생존전략으로 통하는 경호실의 조직문화에서 권력의 분산을 꾀하고 민주적 통제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었다. 더불어 충성의 방향을 개인에서 제도로 이동시키면서 상관에 대한 충성, 조직 규범에 관한 충성, 정치권력에 대한 충성 등의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만일 다면평가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충성의 구조 모델이 개인·상관 > 조직·규범 > 헌법·국가인 상황에서 개인·상관을 약화시키고 조직·규범과 헌법·국가를 강화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다면평가는 인격적 충성이 특정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을 드러내고, 조직문화의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관행을 점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다만 평가 과정이 비공식적 관계망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영향력 구조로 확장될 가능성도 지적되었으며, 제도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이러한 양상이 구조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또한 평가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자기 인식과 타인의 평가 간 괴리에서 비롯되는 피로감과 정서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시 평가를 경험한 한 퇴직 경호관은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중요한 조직 특성상 다면평가의 적용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면서도, "조직의 폐쇄성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의미 있는 구실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조직 전반에 이른바 '파워 하라스먼트(Power Harassment)'라 불리는 권력 기반의 압박적 관행이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이었다. 직급은 단순한 직책을 넘어 발언의 범위와 표현 방식까지 규정하는 비공식적 기준으로 작용했고, 상급자에 대한 문제 제기나 질문은 조직 문화상 쉽게 용인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질문은 도전으로, 도전은 조직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자리잡기도 했다, 이는 개인의 평가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었다. 그 결과, 기강 확립과 성과 달성, 조직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방식이 리더십의 주요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일상적 폭력으로 표출되었다기보다는, 권한 구조와 충성 규범이 결합된 조직 운영 방식 속에서 묵인되거나 내면화된 측면이 컸다. 이는 침묵이 암묵적 규범으로 작동하는 환경을 형성했고, 공식적 의사소통 과정 역시 실질적 토론보다는 상급자의 의중을 확인하는 절차로 기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시 말해, 회의는 토론이 아니라 의중 확인이고, 지시는 업무 효율이 아니라 충성 시험에 가까운 것이었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시와 수행의 관계가 단순한 업무 전달을 넘어 조직 내 신뢰와 충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리더십의 재정립

창설 이래 경호실은 충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절대적 위계에 기반한 신속한 명령 체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박흥렬의 경호실은 충성의 이름으로 고착된 침묵과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리더십의 재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제도 변화에 앞서 구성원의 인식과 행태 변화를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접근이었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리더십 교육을 통해 간부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조직 운영 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상급자의 언행 변화가 조직 분위기의 점진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다만 경호 조직의 특성상 권력은 개인의 성향보다는 제도적 구조와 권한 배분에 의해 작동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의 지속성과 범위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흥렬 체제에서 추진된 리더십 강화 노력은 조직 운영 방식의 완화와 소통 확대 측면에서 일정한 의미를 지녔으나, 구조적 변화를 견인하기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리더십 교육은 권한 행사 방식의 절제와 개선을 유도하는 데 기여했지만, 권력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제도적 기반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리더십 교육이 칼을 쥔 손에 "부드럽게 잡으라"고 권고하는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칼이 누구에게나 향할 수 있는 구조를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칼날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하도록 하고 칼을 감시하는 장치를 둬야 했다. 이는 개인의 행태 개선만으로는 조직 내 권력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권한의 분산, 견제 장치의 제도화, 독립적 감찰 기능의 강화 등 권력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태도라기보다 권력이 배치되고 작동하는 구조에 있었다. 권한이 특정 직위에 집중된 체계에서는 영향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권한의 분산과 함께 이를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견제 장치의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예컨대 경호실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단순히 부분적으로 위임하는 수준을 넘어, 지휘권과 인사권의 기능적 분리 등 권한 구조를 체계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권한 행사 과정에 대한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경호는 보이지 않는 위협을 전제로 눈앞의 위험을 차단하는 기능이지만, 조직 내부의 위험 역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 이는 표정과 침묵, 인사권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통해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권한 위임 등 변화 시도가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이러한 조치가 제도 전반의 재구성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경호는 권한을 분산할 경우 현장 대응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다만 조직 운영에서의 신뢰는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혁 기조가 지속되었다면 권력의 작동 방식을 더욱 다양하게 설계하려는 시도 역시 병행될 여지가 있었다.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풀제 도입

박흥렬의 경호실은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른바 '인력풀제'를 도입했다. 이는 창설 이후 부서 단위로 고정되어 있던 임무 수행 방식을 보완해, 상황별 필요에 따라 인력을 선별·배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사 운영 기법의 조정을 넘어 조직 운영 원리의 일부 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존에는 부서 중심의 편제에 따라 인력이 배치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인력풀제는 개별 경호요원의 역량과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유연하게 운용하려는 접근이었다. 이는 정형화된 인력 배치에서 벗어나 상황 대응 능력과 개인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인력풀제 도입의 논리는 비교적 명확했다. 위협 양상이 다변화되고 대통령의 동선이 확대됨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부서 단위 고정 편제는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었으나, 동시에 상황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제약하는 측면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부서 중심의 도제식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은 전문성의 다각적 확장에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인력풀제는 부서 중심 구조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다양한 임무 경험을 통해 개별 경호요원의 전문성과 대응 역량을 체계적으로 제고하려는 인력 운용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순번 중심 일괄 투입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 또는 팀의 역량과 임무 특성을 고려하여 선발·배치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전통적인 경호 체제에서 충성은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동일 부서에서 장기간 함께 근무하며 축적되는 심리적 유대와 비공식적 신뢰,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규범 등은 강한 조직적 결속을 형성한다. 반면 인력풀제는 개인 간 친밀성보다는 표준화된 절차와 프로토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구조이다. 부서 단위에 집중된 충성은 높은 응집력을 갖는 대신 폐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반면, 개인 역량 중심으로 분산된 충성은 유연성을 확보하는 대신 결속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력풀제는 개방적 직무 수행을 통해 개인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장점을 가지면서도, 조직적 응집력 약화라는 잠재적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훈련과 일관된 지휘 기준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었다.

만일 제도적 교육훈련과 지휘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인력풀제는 경호 역량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비공식적 관계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정권 교체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또한 운용 과정에서 충성의 대상이 개인을 넘어 제도와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효과도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력풀제는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 강화라는 관점에서도 일정한 진전을 시사하는 모델로 평가될 수 있었다. 실제로 박흥렬 시기 경호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일정한 운영 경험을 축적했으나, 분산된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준의 모호성이라는 산을 넘지 못한 채, 이후 정부에서 다시 부서 중심 체계로 회귀하면서 제도의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야만 했다.

박흥렬의 경호실이 리더십 강화와 함께 인력풀제를 도입한 것은, 충성의 대상을 개인이 아닌 제도와 체계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충성을 추상적 가치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일련의 개혁적 접근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경호실은 교육·훈련 체계의 방향 전환도 추진했다.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지시를 수동적으로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신체적으로 체화된 대응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실전 중심 훈련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유도·태권도 중심 무도훈련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충무도'를 도입·확산하려는 시도가 이뤄졌으며, 체력 훈련에서는 서킷 트레이닝을 활용하여 근력, 심폐지구력, 민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이러한 변화는 경호 역량을 더욱 실전 지향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충무도와 서킷 트레이닝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나 체력 증진을 넘어, 대응 방식과 조직 정체성의 재정립과도 맞닿아 있었다. 충무도는 위협 상황에서 반 박자 빠른 동작으로 선제적·능동적 대응을 강조하는 훈련 체계로, 일정한 공통 기준과 상징 체계를 형성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특정 무도 체계를 공유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 간 일체감과 규범적 결속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한편 서킷 트레이닝은 전신 순환식 훈련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적 체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존의 정형화된 체력 훈련 방식을 보완하는 구실을 했다. 충성을 상징하는 무도 체계를 통해 하나의 통합된 '경호 전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경호 조직의 수행 역량과 상징 체계를 동시에 재구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양한 혁신을 모색한 박흥렬의 경호실
 경호실 교육 관계자가 수탁교육을 받는 외국 경호기관 요원들에게 서킷트레이닝을 교육하고 있다.
ⓒ 대통령경호처
이처럼 박흥렬의 경호실은 충성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혁신을 모색했다. 리더십 교육이 충성의 방향에 대한 성찰을 유도했다면, 인력풀제는 그 방향을 조직 전반으로 분산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였고, 충무도와 서킷 트레이닝은 분산된 흐름을 다시 일관된 긴장 체계로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 개인, 조직, 임무, 그리고 헌법 질서를 향한 충성이 상호 긴장과 균형 속에서 공존하는 구조는 충성 개념의 다층적 확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외형적으로는 훈련 방식과 운영 체계의 개편으로 나타났으나, 그 이면에서는 조직의 작동 원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경호 인력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충성은 더 이상 단일한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을 통해 성찰되고 제도를 통해 재배치되며 훈련을 통해 체화되는 복합적 규범으로 자리매김해 갔다. 조직 역시 다양한 변화를 바탕으로 더욱 다층적이고 구조화된 형태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의지나 태도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 전반의 운영 원리 속에 충성의 의미를 내재화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또한 각 기능과 역할 간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충성이 특정 대상이 아닌 임무와 체계 전반에 분산되는 구조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는 조직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외부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도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국가 경호체계의 책임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하반기 제기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민간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등이 일정 기간 청와대 출입 절차의 통상적 관리 범위를 벗어나 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호 및 출입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이는 경호조직의 운영 원칙과 제도적 통제 장치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보안손님' 제도가 국가 기밀 보호를 위한 예외적 장치로 운용되는 과정에서, 적용 기준과 절차적 통제의 적정성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일부 민간인의 출입 관리 방식이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뒤따랐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결과적으로 특정 인물의 반복적 출입을 제도적으로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는 경로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경호조직은 물리적 안전 확보를 넘어 출입 통제, 동선 관리, 기록 유지 등 공간 전반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일정한 책임 범위가 논의될 수 있다. 다만 경호상 위험성 평가와 보안 적정성 판단의 범위 및 한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특히 방문의 적절성이나 권한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비서실의 권한과 역할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었던 만큼, 경호실이 이를 독자적으로 통제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지칭된 일부 측근 비서진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평가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영향이 경호업무에도 일정 부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존재한다. 당시 수행경호를 비롯한 일부 경호 관련 업무가 제2부속비서관 안봉근의 관할과 연계되어 운영되었다는 점이 언급되면서, 인사와 업무 배분 과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특정 인사 조치가 통상적인 절차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으며, 보안손님 관련 사안으로 경호실에 파견되었던 경찰관리관의 인사 조치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도 있었다.

당시 지휘라인에 있었던 한 퇴직 경호관의 증언에 따르면, "조찬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수행했던 경찰관리관이 당일 인사 조치로 원소속 기관으로 복귀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청와대 출입 차량과 관련해 근무자가 탑승자의 신원을 확인하려 했던 일이 있었고, 이 과정이 해당 인사 조치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제기되었다"고 덧붙였다. 출입문 근무자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차량에 탑승한 '보안손님'을 포착한 순간, 경무관급 책임자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촉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입 통제 과정에서 당연하게 이뤄진 문제 제기가 보안손님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여겼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직까지 해당 사안의 인과관계와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관련 사실관계 역시 제한적으로만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서 조직과 경호 조직 간 권한 관계와 의사결정 구조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 하겠다. 비서실이 기침을 하면 경호조직은 앓아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등 이른바 보안손님 관련 사안은 단순한 신원 확인이나 기록 관리의 미비라는 절차적 문제를 넘어서는 사안이었다. 이는 충성의 기준이 제도와 규범이 아닌 특정 개인에 대한 신뢰로 이동할 경우, 통제 체계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적 권위의 정점에 있었으나, 동시에 제한된 신뢰 관계에 기반한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과정에서 공식 참모 체계보다 비공식적 인적 관계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특정 인물이 잠재적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보다 신뢰 가능한 인물로 간주되는 상황이 형성되었던 셈이다. 그 결과 경호 조직은 위협 요소를 객관적으로 식별하는 기능과 더불어, 대통령의 의중과 신뢰 구조를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놓이면서 경호는 물리적 방패의 기능을 상실하고 제도의 방패 구실을 해야 했다.

박흥렬 시기 경호실에서 제기된 보안손님 논란은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한 일탈이라기보다 국가 최고 권력 공간의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당시 관저 경호와 관련한 주요 업무가 제2부속비서관실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운영되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경호조직의 독립성과 권한 행사 범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경호실이 청와대라는 경호구역에서의 직무수행마저 문고리 권력에 의해 침식당한 대가는 가혹했다. 2016년 11월 17일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초유의 청와대 현장 조사가 가시화되었다. 12월 5일 2차 기관 보고에서 보안손님의 실체가 확인되었고, 4차 청문회를 실시한 뒤 경호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되었다.

2016년 12월 16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춘추관을 지나 연풍문에 도착했으나, 청와대와의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되면서 현장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신 경호실장 박흥렬이 연풍문 2층 회의실을 직접 찾아 위원들 앞에서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는 북한의 청와대 타격 훈련 등 안보 상황을 이유로 경호 시스템의 외부 노출이 곤란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현장 조사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을 상대로 경호실장이 직접 나서 설명하는 장면은 이례적인 대응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경호상 기밀 유지와 국회의 조사 요구 사이에서 제도적 책무를 고려한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하여 박흥렬의 경호실은 내부적으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손님' 논란과 관련하여 국정조사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정 범위 내에서 현장 조사에 협조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조특위가 12월 22일 청문회 이후 청와대 경호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재추진하기로 했을 때, 경호실 내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인근 별도 시설에 조사 장소를 확보하고, 관련 회의장을 준비하는 등 실무 작업도 진행했다. 당시 국회 대응 업무를 담당했던 한 퇴직 경호관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국정조사 현장 조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그즈음 최고 권력자가 '꼭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의중을 내비쳐 현장 조사까지 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회가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함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었으나, 법적으로는 여전히 경호 대상자의 지위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이중적 상황 속에서 국가와 헌법에 대한 충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었음에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단일하고 수직적인 충성 체계를 특징으로 하던 경호 조직 내부에서 "우리가 충성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이는 경호가 단순한 권력 보호를 넘어, 헌법 질서라는 규범적 틀 안에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차츰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다만 이러한 인식이 조직 전반에 구조적으로 정착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경호조직은 오랜 기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절대적 보호'라는 원리에 기반하여 설계되어 왔으며, 그 운영 방식 또한 충성의 대상을 일원화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과 국가라는 상위 가치가 일시적으로 부각되었음에도, 이를 조직 규범과 행동 원리로 제도화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 지점에서 제기된 "우리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내부 논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경호의 본질을 '권력의 보호'에서 '질서의 수호'로 재정의할 수 있는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일회적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았다면, 경호조직은 단순한 물리적 방패를 넘어 헌정질서를 지탱하는 하나의 공적 장치로 진화할 여지도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흥렬이 이끌던 경호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그리고 정권 교체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역사적 역할을 마무리했다. 정권 교체 이후 박흥렬 개인에게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었다. 그는 시민단체에 의해 이른바 '내란 예비음모' 관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며 수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해당 고발은 2017년 2월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시점에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이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보고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에 근거했다. 당시 청와대 경비와 대통령 신변 보호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관련 사안을 인지하거나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의혹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권력 핵심에 위치한 조직과 인물이 정권 교체 이후 어떠한 방식으로 재평가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아무리 당시에 직무수행에 관련된 것으로 이해된다 할지라도 때로는 의심과 검증의 대상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형적 장면이었다. 권력의 중심에서 수행된 행위들은 그 순간에는 '직무'로 정당화되지만, 시간이 흐르고 권력이 교체되면 전혀 다른 의미망 속에서 다시 호출된다. 그 과정에서 충성과 직무, 책임과 공모의 경계는 급격히 재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과거의 특정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후 윤석열 정부 시기 불거진 이른바 '내란' 논란 역시, 권력과 국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능하는 조직의 역할을 다시 묻는 계기로 작동했다.

이러한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권력 주변에서 기능하는 조직일수록 스스로를 '권력의 도구'가 아닌 '헌법 질서에 기반한 공적 기관'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권 교체와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조직의 행위는 보호의 기능이 아니라 검증과 의심의 대상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헌정질서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조직은 정치적 변동 속에서도 일정한 정당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가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은 특정 시점의 평가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 제도 설계와 운영 방향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경호와 안보, 권력과 국가 사이에 놓인 조직들은 누구에게, 무엇에 충성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충성의 기준은 어떻게 제도화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보하는 한, 유사한 논란과 충돌은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박흥렬의 경호실은 리더십 정립과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충성의 다변화'라는 변화를 실험적으로 모색했다. 다면평가와 인력풀제 등 제도적 장치가 완전히 정착되지는 못했으나, 그 시도 자체는 기존의 폐쇄적이고 단선적인 충성 구조에 변화를 가하려는 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지속 가능한 제도화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를 통해 경호 조직에서의 충성은 단순한 위계적 관계를 넘어 국가, 헌법, 대통령, 조직이라는 복수의 기준이 중첩된 구조임이 확인된다. 문제는 이러한 다층적 기준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특히 위기 상황에서 상호 충돌하며 조직의 판단과 대응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박흥렬의 경호실은 '보안손님' 논란과 탄핵이라는 복합적 위기 속에서, 권력 핵심에 인접한 조직이 지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와 헌법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긴장 관계에 놓이는 상황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충분히 정립되지 못한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 경험이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경호는 더 이상 물리적 방호에 국한되지 않고, 민주적 정당성을 내재한 '헌정질서의 수호 기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충성의 기준을 개인이 아닌 헌법과 제도에 두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과 훈련,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적용 가능한 판단 기준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박흥렬 경호실의 시도는 미완에 그쳤지만, 바로 그 미완성 속에서 향후 경호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역설적으로 또렷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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