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원작보다 더 흥미로운 동화 속 인물들의 숨겨진 진실

유영숙 2026. 6. 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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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콩쥐 팥쥐>, <신데렐라>등 동화에서는 무조건 계모는 나쁜 사람이었으니 착한 계모 마음이 얼마나 속상했을지 이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될 것 같다.

저자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34편의 동화는 결말을 바꾸고, 주인공의 속마음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원작과 비교하며 읽으니 재미있는 동화로 다시 태어났다.

책을 읽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동화 속 진실을 엿보는 것도 참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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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온' 유수영 작가의 <어른을 위한 B급 동화>를 읽고

[유영숙 기자]

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누가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바로 "독서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우리 아들들에게 "엄마 취미가 무엇이야?"라고 물으면 "독서예요"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 어릴 때도 집에서 늘 책을 읽었다.

서울에서 교사로 오래 근무했다. 담임을 맡으면 늘 의도적으로 독서교육에 힘썼다. 독서교육으로 학생들과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하였다. 독후 활동 중 '동화의 결말 바꾸어 쓰기, 동화의 뒷이야기 꾸며 쓰기 ' 등은 학생들이 재미있어했고 덕분에 책을 많이 읽는 학급이 되었다. 독서교육에 힘쓴 결과 서울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제1회 독서교육 실천 사례 발표대회'에서 서울시 1등급을 수상하였다(서울시 교육청 소속 교사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회로 1999년 12월에 수상함).

이런 나인지라 이번에 만난 <어른들을 위한 B급 동화>(2026년 6월 출간)는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예전에 읽었던 세계 명작동화나 전래 동화를 다시 꺼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화의 결말을 바꾸어 보거나, 동화 속 주인공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등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상상했던 일들이 저자의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났다니 반가웠다.

익숙한 동화의 문을 다시 열자, 그 안에서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걸어 나왔다. 해온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 끝에서 멈추지 않고, 그 뒤편에 조용히 남겨졌던 인물들의 속마음을 다시 불러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익숙한 동화가 어느새 낯설고 깊은 이야기로 남아 있다.
-추천사 중(오창석 아나운서)

<어른들을 위한 B급 동화>를 쓴 유수영 작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분이다.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놓았던 연필을 20년 만에 다시 잡고 책 표지와 삽화를 위해 120여 편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참고 기사 : 삽화 그리기만 120여 점, '내 첫 책'을 위해 한 일 ).
아마 몇 달 동안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책 표지가 동화에 풍덩 빠지고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일하면서 삽화를 그리고 글을 퇴고했을 작가의 수고가 책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 책 표지 유수영 작가가 직접 그린 표지 디자인으로 신데렐라 속에 등장하는 왕관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 유영숙
'빨간 모자' 속 늑대의 속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이 책에는 빨간 모자, 백설 공주, 신데렐라, 오즈의 마법사 등 세계 명작동화 25편과 금도끼 은도끼, 혹부리 영감, 콩쥐 팥쥐 등 전래 동화 9편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 모두 여러 번 읽었던 동화라서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 책들이다.

예전에 책을 읽으며 흥부와 같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놀부 같은 욕심쟁이는 벌을 받는다는 생각과 헨젤과 그레텔이나 콩쥐 팥쥐 계모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는 선입견도 주인공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래서 그랬구나'라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 어린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예전에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으며 책 속 이야기와 비교하니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 유영숙
책 속에 들어있는 원작을 다시 읽고 싶어 인근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대출해 왔다. 많이 낡은 책도 있었지만 많은 어린이가 읽은 것 같아서 흐뭇했다.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육아하기에 함께 읽으면서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다른 책도 그렇지만 동화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먼저 <빨간 모자>를 펼쳤다. 오래전에 여러 번 읽은 책인데 다시 읽으니 여전히 재미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빨간 모자를 쓴 소녀와 할머니, 늑대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 잡아먹는 늑대가 어릴 때는 무서웠는데 이제는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할머니와 빨간 모자 소녀가 사냥꾼에게 구조되고 대신 늑대가 죽는다는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늑대가 남긴 편지'로 구성하여 늑대의 속마음을 표현했다. 할머니는 늑대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했는데 늑대가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다. 이 편지는 늑대의 속마음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불합리함을 겪어도 침묵을 택하여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저자의 마음을 이제야 털어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함부로 재단된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 같았다.

<헨젤과 그레텔>에는 계모와 아버지가 아이들을 숲 속에 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계모는 늘 나쁜 사람으로 묘사된다. 저자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계모의 고백'을 통해 아버지를 나쁜 사람으로, 계모를 착한 사람으로 바꾸어 보았다. 계모가 아버지에게 속아서 감옥까지 가게 된다. 읽으면서 엉뚱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재미있게 읽힌다. 세상에는 많은 계모와 계부가 있을 거다. <콩쥐 팥쥐>, <신데렐라>등 동화에서는 무조건 계모는 나쁜 사람이었으니 착한 계모 마음이 얼마나 속상했을지 이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될 것 같다.

'왕자와 거지', 결말을 바꾸니 현실감이 느껴진다

<왕자와 거지>도 사람들이 많이 읽은 동화다.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자세히 읽어보면 거지가 왕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꿈을 가지고 준비한 결과였다. 거지였지만 왕자가 되고 싶은 꿈을 꾸고, 왕자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때가 오길 기다렸다. 다시 읽어도 긴장감이 느껴지고 재미있다.

저자는 결말을 해피 엔딩에서 새드 엔딩으로 바꾸어 보았다. 원작에서는 에드워드 왕자가 거지왕의 대관식에서 옥새를 찾아서 왕좌를 찾았지만, 저자는 감옥에 갇히는 왕자로 바꾸며 왕자의 속마음을 이렇게 썼다.

거지는 벽에 머리를 기댔다. 하지만 눈꺼풀 안쪽에서는 여전히 금빛 식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놓칠 수 없는 맛, 버릴 수 없는 향기, 그것들이 그를 이곳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유는 배를 부르게 하지 못한다. (중략) 그는 왕이 되고 싶어 공작을 찾았지만, 공작과 왕은 이미 서로의 자리를 알고 있었다. 이 게임에서 처음부터 바보였던 사람은 그뿐이었다. -100쪽

저자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34편의 동화는 결말을 바꾸고, 주인공의 속마음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원작과 비교하며 읽으니 재미있는 동화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저자는 그저 동화의 내용을 바꾸기 위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저자는 동화가 허상이듯 지금까지의 삶도 허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수많은 핑계 속에 묻어둔 나를 동화 속 인물을 빌려서 비겁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꺼내 보았다고 한다.
내 인생이 동화라면, 누군가 써놓은 해피엔드를 향해 가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운전대의 방향을 움직였고, 몇 번이고 길을 잃었으며, 끝내 제자리를 맴돌았던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내 인생의 해피엔드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퇴고를 반복할 뿐이다.
-에필로그 중(272쪽)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동화가 저자의 시선으로 다시 태어났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그 안에 저자의 생각과 바람을 녹여내며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추억이 있는 분들도, 자녀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싶은 부모님도 원작과 비교하며 읽고 생각을 나누면 재미있을 거다. 인생이 힘들게 느껴지는 분들도 읽으면 그동안 수동적으로 살았던 삶이 반성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거다. 책을 읽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동화 속 진실을 엿보는 것도 참 흥미로웠다.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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