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식중독?” 최악의 졸전…의리축구 저주 끝나지 않았다

피주영, 박린 2026. 6.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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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가운데) 감독이 남아공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졸전 그 자체였다. 경기 전 집단으로 식중독에라도 걸린 건가.”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에서 0-1로 패한 직후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에게 한 취재기자가 던진 독기 가득한 질문이다. 전 세계 최고의 감독·선수와 기자가 경쟁하듯 촌철살인의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는 이 대회 공식기자회견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조롱이 등장한 건 그만큼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에이스 손흥민의 벤치 출발, 그리고 컨디션이 떨어진 황희찬의 선발 기용. 선발 명단을 받아 든 취재진이 ‘오기(誤記)’를 걱정할 정도로 의문투성이였다. 김승규의 선방이 없었다면 점수 차는 더 벌어졌을 지 모른다. 매 순간 두세 명에 둘러싸인 이강인은 패스 줄 곳이 없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 내내 3-4-2-1 포메이션을 고수했다. 먼저 실점해 골이 필요한 순간에도 전술의 틀을 흔들지 않았다. 선수 6명 정도는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고, 공격수 4명은 전방에 고립됐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이기려고 한 경기가 맞나 싶다. 지고 있는데 상대 박스 안에 우리 공격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늘 차분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술적) 의도가 안 보인다”며 중계 도중 데스크를 3차례나 내려쳤다.

주저 앉은 설영우. 연합뉴스


아시아 예선에서 포백으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돌연 스리백 실험을 시작했다. 본선에서 강팀에 대항하려면 수비부터 챙겨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이후 지난 1년 내내 대부분 스리백 기반 전술로 A매치를 치렀다.

문제는 대표팀 주축 선수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포백 위주 전술 아래 뛴다는 점이다. 스리백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유럽 빅클럽들은 대부분 양쪽 윙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데, 홍 감독의 전술은 윙백의 위치를 내려 수비수 5명을 두는 파이브백에 가깝다. 이는 자원이 풍부한 2선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함께 가져왔다.

윙백이 공격에 가담할 때도 효율이 떨어졌다. 남아공전 전반 좌우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과 설영우의 크로스 성공률은 22%(9차례 시도해 2차례 성공)에 그쳤다. 우리와 엇비슷한 3-4-3 포메이션을 가동하는 일본이 윙백의 활발한 공격 가담을 앞세워 네덜란드와 2-2로 비기고 튀니지를 4-0으로 대파한 것과 비교된다.

남아공전 패배 후 아쉬워하는 손흥민. 강정현 기자

홍 감독은 74세 백전노장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과의 두뇌싸움에서도 완패했다. 브로스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은 예상한 대로 나왔고, 그들의 공간을 노렸다”며 활짝 웃었다. 앞서 상대한 체코와 멕시코전 직후에도 상대 사령탑에게서 엇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의리 축구’ 논란 속에 1무2패로 조기 탈락한 홍 감독은 이번에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이번 대회 포함 본선 전적은 1승1무4패다. 유일한 1승 또한 이날 멕시코에 0-3으로 완패한 ‘약체’ 체코를 상대로 거뒀다.

남아공전 볼 점유율은 68.5%로 상대(31.5%)에 비해 월등히 높았지만, 축구는 공을 얼마나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 골을 넣느냐의 게임이다.

주포 역할을 기대한 손흥민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멕시코전에 이어 남아공전에서도 슈팅 0개에 그치며 기대만큼의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 했다. 마지막 본선 득점은 어느덧 8년 전 러시아 대회(2018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산 4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베테랑으로서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동심(童心)에도 상처를 낸 경기였다. 25일 서울 코엑스몰에서 월드컵 남아공전 생중계를 시청하던 한 어린이가 한국의 패배에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뉴시스]

몬테레이=피주영·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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