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 참사… 전술도 투지도 없었다
전반 유효슈팅 하나 없어… 공 돌리기 반복
손흥민 선발 제외 ‘홍명보 승부수’ 빗나가

‘1승 제물’로 여겼던 아프리카 국가에 어김없이 일격을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30계단 이상 낮은 상대에게 발목을 잡힌, 그야말로 ‘몬테레이 참사’다.
홍 감독은 이날 에이스 손흥민(LAFC)을 과감하게 선발에서 제외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교체 선수로 경기를 시작한 건 2014년 브라질 대회 데뷔 이래 13경기 만이다. 손흥민의 빈자리에는 오현규(베식타시)가, 2선에는 이재성(마인츠) 대신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선발로 나섰다. 스리백 체제 속 윙백으로는 체코와의 1차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태석(빈)과 설영우(즈베즈다) 조합을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 옌스 카스트로프(뮌헨글라트바흐) 기용론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홍 감독은 기존 자원에 다시 한번 신뢰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내내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양 윙백은 전진 상황과 크로스 정확도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태석 대신 투입된 카스트로프가 활발한 측면 돌파와 전개를 보이면서 홍 감독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더 짙어졌다.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경기 초반 공세를 제외하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격은 번번이 상대 문전까지 연결되지 못했고, 남아공의 거센 압박에 백패스로 물러나면서 의미 없는 공 돌리기가 반복됐다. 빌드업 과정에서 잔실수가 이어지며 여러 차례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내줬고, 패스를 받아주는 오프 더 볼(공이 없는 상황) 움직임도 둔해져 이강인의 패스 위력이 반감됐다. 공을 빼앗긴 뒤 곧바로 압박해야 할 순간에도 대응이 늦었다.
결국 승부를 가른 한 방도 그동안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자주 겪었던 역습으로 인한 실점이었다. 후반 18분 남아공은 자기 진영에서 한국 골문 앞까지 단 네 번의 패스로 전진했고, 타펠로 마세코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4년 전 카타르 대회 가나전 세 번째 실점 장면을 연상케 했다.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에서 뛰는 라일 포스터를 두 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하면서 마세코를 믿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마세코는 경기 내내 한국 수비를 집요하게 흔들며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대회 토고전 승리 이후 20년 동안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브라질 대회 알제리전과 카타르 대회 가나전에 이어 이번 남아공전까지 3연패로 고개를 숙였다. 매번 아프리카 팀을 두고 거론됐던 ‘한 수 아래’라는 평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몬테레이=정신영 기자, 최원준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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