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완수사권 폐지로 기운 정부… 정치에 국정기조 흔들려서야
이 대통령 “일부 존치” 입장도 변화
전당대회 앞두고 갑자기 방향 바뀌어

김민석 국무총리가 어제 검찰 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의 핵심 쟁점인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것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보완수사권의 ‘일부 존치’ 필요성을 언급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법조계는 물론 상당수 국민들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해 왔음에도 정부가 입장을 바꾼 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나머지 정부의 국정기조가 흔들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기본 입장을 당에 전달하고, 이후에는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제도설계와 입법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은 그동안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등 정부가 주도해 왔던 관련 논의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중수청 조직 이원화나 전건송치 제도 복원 등을 검토하기도 했고, 검찰 개혁의 방향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완수사권을 현행과 같이 허용해야 한다는 국민이 45.4%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필요성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에 대해 “국회로 넘겨 논의하고 정부 입장을 어느 쪽으로 고집하지 말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김 총리의 입장도 완전히 바뀌었다. 김 총리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개인적으로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 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고, 어제 브리핑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권에 대한 대통령과 총리의 입장 변화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위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이 본격화하면서 당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를 지켜보는 국민들로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검찰을 위해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됐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론의 과정을 통해 정리되던 문제가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방향이 갑자기 바뀐 것이다. 이래서야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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