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 이름값 할까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붙는 수식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인 48개국 체제로 전환된 북중미 월드컵이 지난 6월 12일(한국 시간) 화려한 막을 올렸다. 본선 참가국이 당초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며 역대 최다 경기가 열려 축구팬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북중미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참가국·경기 수 늘어 총수익 130억달러 전망
FIFA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32개국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축구 세계화를 위해 더 많은 국가에 출전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하며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퀴라소,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출전국이 많아지며 기존 64경기였던 경기 수는 104경기로 40경기 늘어났다.
전체 경기의 4분의 3에 달하는 78경기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개최돼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FIFA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벌어들일 총수익이 역대 가장 많은 130억달러(약 19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4년 전 2022년 카타르 월드컵(75억달러)의 2배 수준에 육박한다.
중계권 판매 수익만 봐도 엄청난 규모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을 통해 FIFA가 벌어들인 전 세계 중계권 판매수익은 4억3000만달러(약 6560억원)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3억4000만달러)을 훌쩍 넘는 역대 최고액이다. 티켓 판매 수익도 짭짤할 것으로 기대된다. FIFA는 북중미 월드컵 기간에 공동 개최지인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찾는 누적 관중이 65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FIFA는 중계권, 티켓 판매 외에 경기장 전광판을 활용한 이벤트로도 거액의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일부 경기장에서 79달러(약 12만원)를 내면 누구나 전광판에 자신의 이름을 노출할 수 있다. 316달러(약 48만원)를 지불할 경우 응원 메시지 4개를 추가할 수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최근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은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이 104번 열리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NFL 결승전인 ‘슈퍼볼’은 지구촌 최대 돈잔치가 벌어지는 단일 경기다. 오는 7월 20일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때는 슈퍼볼처럼 ‘하프타임 쇼’도 열린다. 이를 통해 중계사는 거액의 광고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포츠 비즈니스 매체 스포티코는 북중미 월드컵 미국 중계사인 폭스스포츠와 텔레문도가 하프타임 쇼 등을 통해 총 8억5000만달러(약 1조2900억원)의 광고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축구를 사실상 ‘4쿼터제’로 변모시킨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시간)’ 도입이다. 전후반 22분경 경기 흐름을 끊고 3분간 의무적인 휴식을 취하는 이 제도는 원래 선수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철저한 상업적 계산이 깔린 조치다.
이 제도는 전·후반 시스템인 축구를 사실상 농구 같은 ‘4쿼터제 경기’로 만들었다. 경기당 30초짜리 광고 기준 12개 스폿이 생긴다. 대회 전체로 보면 30초짜리 광고를 1248회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경기 중 3분은 그야말로 ‘골든 타임’이다. 미국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수분 보충 시간 3분의 광고 몰입도가 슈퍼볼 하프타임 광고의 3배를 웃돌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TV 광고로만 한정해도 이익이 대회 기간 최대 6억달러(약 8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한편에서는 경기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➋ 3개국 공동 개최로 부담 줄였다
‘화이트 엘리펀트’ 벗어날지 관심
북중미 월드컵의 또 다른 특징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공동 개최 대회라는 점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최국들이 이미 잘 갖춰진 기존 경기장과 관광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총지출액이 139억달러 수준에 그쳐 경제적 효율성을 높였다. 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경기장, 도시 인프라 건설 등에 2200억달러를 투자했던 것과 대비된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엔 어김없이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현상이 나타났다. 화이트 엘리펀트는 대규모 행사를 위해 지은 시설이 행사 후에는 쓰이지 않고 유지비만 많이 드는 문제를 의미한다.
일례로 한국과 브라질의 16강 경기가 열렸던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은 2022년 말 철거됐다. 4000억원을 투자해 지었지만 겨우 월드컵 7경기를 치른 후 해체됐다. 경기당 600억원을 쏟아부은 꼴인데 약 30만명 남짓에 불과한 카타르 인구 대비 과도한 시설 논란 속에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북중미 월드컵은 기존 대형 NFL 구장 등을 그대로 활용해 ‘인프라 매몰비용’을 줄이며 3개국 공동 개최 전략을 택했다.
FIFA와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4월 공동으로 발간한 ‘북중미 월드컵이 전 세계에 끼칠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공동 개최지인 미국·캐나다·멕시코에 대회가 미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총 409억달러(약 6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학 경희대 체육대학 교수는 “월드컵 개최 도시가 3개국으로 분산되는 만큼 단순 티켓 판매를 넘어 관광, 숙박, 팬존, 체험 패키지와 결합된 복합 소비로 상당한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미디어 콘텐츠, 광고, 경험 소비가 결합된 다층적 수익 구조로 전환돼 월드컵을 전통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 글로벌 미디어 산업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IFA와 중계사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지만, 정작 축구 팬들은 불만이다. 당장 티켓값 부담부터 만만찮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유동가격제’를 도입했다. 정찰제가 아니라 수요에 따라 좌석 가격이 달라진다. 경기 관람 수요에 따라 입장권 가격이 바뀌는 일종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구조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번 대회 95경기 티켓값이 초기 판매가 대비 평균 35% 뛰었다. 결승전 최고등급 좌석 티켓은 3만2970달러, 우리 돈으로 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2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최근 FIFA 공식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는 결승전 티켓 1장이 무려 230만달러(약 35억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월드컵 참가국, 경기 수가 대폭 늘어 FIFA 입장에선 경기 퀄리티 저하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 매출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봤을 것”이라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티켓 다이내믹 프라이싱 등 상업적 안전장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➌ 첨단 AI 기술의 격전지
축구공 내 탑재된 센서가 핸드볼 여부 확인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이 결집하는 첨단 기술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공인구 안에 탑재된 센서가 핸드볼 여부를 감지하고, AI가 오프사이드 판정을 돕는 등 AI가 경기장 곳곳에서 십분 활용되는 중이다.
이번 대회의 첨단 기술은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부터 적용됐다. 아디다스는 공 내부에 관성측정장치를 탑재해 초당 500회(500Hz) 속도로 공의 가속도, 회전 등 각종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선수 신체와 공이 접촉한 순간을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심판이 비디오 판독 화면을 볼 필요 없이 핸드볼 여부를 첨단 센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프사이드 판정에도 AI가 활용된다. 레노버는 본선에 진출한 48개국 대표팀 선수 1248명 전원의 신체를 초정밀 스캔해 AI 기반 3차원(3D) 아바타를 생성한다. 각 선수들은 대회 직전 전신 스캔을 받는다. AI가 이를 바탕으로 키와 체형, 얼굴, 헤어스타일까지 반영한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낸다. 이 기술은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SAOT)’에 적용된다. 오프사이드 의심 상황이 발생하면 AI가 짧은 시간 내 상황을 분석하고, 결과는 심판진에게 전달된다.
월드컵 심판 귀 옆에 장착된 무게 14g의 초소형 카메라, 이른바 ‘레프리캠(Ref Cam)’도 AI 기술의 집약체다. 동전만큼 가벼운 레프리캠이 촬영한 초고화질 영상이 몇 초 만에 안방까지 배달된다. TV 시청자들은 기존의 원거리 중계 화면 대신, 그라운드 한가운데서 선수들과 같은 시선으로 펼쳐지는 생생한 명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축구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인 ‘풋볼 AI 프로(Football AI Pro)’도 돋보인다. 레노버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FIFA가 보유한 수백만건의 누적 경기 데이터와 2000여개의 전문 분석 지표를 학습한 생성형 AI 기반 전술 분석 플랫폼이다. 개별 선수의 순간 최고 속도부터 패스 차단 패턴까지 분석한다. 각 팀 감독과 전력분석관은 ‘멕시코 팀 수비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전술’ ‘리오넬 메시 선수 골을 막기 위한 수비수 구성 방안’ 등 각종 질문을 입력하면 된다. AI는 단순 텍스트 보고서뿐만 아니라 맞춤형 영상 클립, 전술 그래픽, 3D 시뮬레이션 형태의 시각적 해답을 도출한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똑같은 16개의 경기장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했다. 가상 경기장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일시에 몰리는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다.
북중미 월드컵에 첨단 AI 기술이 대거 도입되며 스포츠 AI 시장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2000만달러(약 1조8400억원)에서 2034년 50억1000만달러(약 7조6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정학 경희대 체육대학 교수는 “각종 AI 기술 도입으로 스포츠는 더 이상 인간 중심의 경험적 운영에 머무르지 않고, AI와 데이터가 결합된 ‘지능형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온갖 월드컵 데이터가 상품화되는 데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새 수익원을 형성해, 스포츠를 ‘경기 결과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콘텐츠 산업’으로 확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車 대신 로봇 앞세워…맥주 업계 好好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맞아 기업들도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대신 로봇을 앞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4대는 FIFA 보안팀에 인도됐다. 댈러스 국제방송센터(IBC)와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 등 주요 거점에서 자율 순찰과 모니터링, 관람객 안내 업무를 수행한다. 올 초 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월드컵 무대에 선다.
기아는 FIFA 공식 모빌리티 파트너로서 북미 주요 경기장에 브랜드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텔루라이드, EV9 등 차량 660대를 지원한다.
기업들이 월드컵을 후원해 얻는 효과는 상당하다. 브랜드 홍보, 상품 판매량 증가 등 쏠쏠한 경제적 이익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빅 이벤트’일수록 후원을 통해 얻는 이득이 커진다.
물론 FIFA 공식 후원사가 되려면 거액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입찰 경쟁, 브랜드 검증 과정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 FIFA 공식 후원사는 현대차, 기아, 오비맥주, 한국맥도날드, 한국코카콜라뿐이다. 오비맥주, 한국맥도날드, 한국코카콜라는 국내 기업은 아니지만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 맥도날드, 코카콜라가 FIFA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어 국내에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기업들은 FIFA 공식 후원사 대신 대한축구협회(KFA) 후원사로 우회하는 경우도 적잖다. 하나은행, KT 등 KFA 후원사는 월드컵 타이틀을 쓸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는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하이트진로가 손흥민 선수처럼 국가대표 중 상징적인 선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방법이다.
업종별로 보면 이번 월드컵으로 맥주 업계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역대 월드컵 기간의 맥주 소비량을 분석해 북중미 월드컵 기간 전 세계 맥주량이 10억파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월드컵 경기 수가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어난 데다 개최국인 미국, 멕시코, 캐나다 맥주 소비가 많다는 점도 소비 증가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은 세계 2위, 멕시코는 4위 맥주 소비국이다. 일본 기린홀딩스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맥주 소비량은 2234만㎘, 멕시코는 1078만7000㎘를 기록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엔 경기장 내 금주 조치가 내려져 맥주 소비량이 급감했던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맥주 업체들은 이번 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개최 도시가 미국·캐나다·멕시코 전역에 분산돼 이동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항공 업계 수혜도 기대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5호(2026.06.24~06.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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