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공 잡는데 동료들 미리 이동 안 하고..." 박지성의 이례적 비판

이준목 2026. 6.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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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전 패배에 역대급 '월드컵 쇼크', 해설위원들도 쓴소리... 국민들 분노 어떻게 책임질 건가

[이준목 기자]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 이강인이 패스 줄 곳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무너지며 월드컵 탈락 위기에 몰렸다. 대한축구협회의 무모한 오판, 사령탑의 불통과 무능이 겹쳐 한국축구에 또 한 번의 역대급 '월드컵 쇼크'를 불러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남아공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 2패 승점 3점(골득실 -1)을 기록하며 A조 3위로 추락했다. 반면 남아공은 승점 4점으로 A조 2위로 올라섰다. 자력으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12개 조 3위 팀들 중 8등 안에 들어야 하는 와일드카드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승점 4점을 확보하며 32강행을 확정 지은 B조 3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최소한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예약한 가운데, 스코틀랜드·파라과이·스웨덴·알제리·크로아티아(이상 1승 1패) 등 아직 최종전을 남겨놓고 벌써 승점 3점을 거둔 팀들이 많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이 설사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해도 조 3위로 올라가면 32강에서 다른 조의 1위 팀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 험난한 대진운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32강 진출 여부와 별개로, 이미 이번 월드컵은 '대실패'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는 팀들과 한 조에 편성되며 '역대 최상의 조편성'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이재성·황희찬 등 유럽 빅리그 경험을 갖춘 해외파 선수들의 숫자도 역대 최다였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 첫 경기인 체코전에서 2-1로 승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홈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김승규의 캐칭 실수로 로모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석패했다. 그럼에도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아공의 공세에 시종일관 고전하다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예고된 참사'

축구팬들 입장에서 더욱 씁쓸한 것은, 이번 비극이 어쩌면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예고된 참사'였다는 것이다.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무대에 나섰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후 12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아 두 번째 대회에서도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홍 감독은 K리그1 울산HD 감독직을 역임하던 2024년 7월, 대한축구협회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대표팀은 전임 감독이던 위르겐 클린스만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 탈락과 선수단 내분 사태, 근무태만 논란 등으로 경질된 이후, 두 번이나 임시 감독 체제를 거치며 표류하고 있었다.

당초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영입에 무게를 두고 선임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우선순위로 둔 후보들의 영입이 연이어 불발되자 국내파인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하지만 또다시 현직 K리그 감독을 시즌 중에 빼내간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많은 팬들이 분노했다.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사실상 이미 내정해 놓고, 면접이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했던 다른 감독 후보들과는 전혀 다른 '특혜'를 제공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며 감독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큰 흠결을 남겼다.

여기에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홍명보 감독이 불과 며칠 만에 180도 말을 바꿔 구단과 상의도 없이 대표팀행을 선언하자, 뒤통수를 맞은 울산 팬들은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강하게 분노하기도 했다.

결국 홍명보호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냉담한 분위기에서 출항했다. 다행히 아시아예선은 무패로 통과하며 11회 연속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준비 과정에서 치러진 평가전에서 부진한 성적과 경기력으로 홍명보호를 바라보는 불신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개막전부터 역대 대회 사상 가장 '월드컵 열기'가 일어나지 않는 대회로 평가받으며 팬들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홍명보호는 고지대 현지 적응을 명분으로 국내에서 늘 관례로 해오던 출정식마저 생략하며 조용히 출국해야 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운 듯 유니폼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 연합뉴스
본선에서도 사실상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홍명보 감독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꼽히는 '브라질 월드컵의 재림' 혹은 그 이상의 오점을 남긴 대회가 됐다. 1차전(러시아전 1-1 무, 체코전 2-1 승)을 나름 잘 싸우며 살짝 반등하는 듯했으나 2차전(알제리 2-4, 멕시코 0-1)을 내주며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고, 반드시 이겨야 했던 3차전(벨기에 0-1, 남아공 0-1)을 무기력하게 내주며 2연패를 당하고 무너지는 과정이 마치 재방송처럼 반복됐다.

특히 북중미 월드컵의 '남아공 쇼크'는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던 브라질 월드컵의 '알제리 쇼크'와 더불어,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최악의 졸전 중 하나로 두고두고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팀 모두 아프리카 팀이고, 당초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할 유력한 1승 제물로 거론된 팀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오히려 만만히 봤던 알제리·남아공에게 상대 전력 분석이나 전술적 대안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농락당했다. 리드를 당하면서 만회골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선수 교체 카드는 그저 '자리 바꾸기'에 그쳤고, 전술 포메이션이나 경기 템포의 변화는 전혀 없는 경직된 전술 운용을 반복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상황에서도, 홍 감독은 벤치에 멀뚱멀뚱 앉아 구경하는 모습이 12년 전 알제리전이나 이번 남아공전에서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선수들 손발이 전혀 안 맞아" 박지성도 이례적 비판

오죽하면 경기를 지켜본 국가대표 선배들과 축구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JTBC에서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박지성은 평소의 차분한 성격과 달리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강인이 공을 잡는데 동료들이 공을 받아줄 수 있는 곳으로 미리 이동하지 않고 구경하는 듯한 플레이가 자꾸 나온다. 선수들의 손발이 전혀 맞지 않고 있다. 지금 골이 필요한 상황인데 공격을 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점수를 뒤지고 있고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인데 전술이 그대로니까 답답함이 이어진다."

또한 박지성은 경기에 패한 뒤 홍명보 감독의 사전 경기 플랜과 선수들의 움직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어떤 전술을 들고 나왔던지 간에 월드컵 1~3차전 내내 선수들이 계속 같은 모습이었다. '오늘 경기를 이기려고 나왔는지'라고 질문했을 때, 전술상으로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이기려고 했다면 모험을 걸어야 할 때는 모험을 걸어야 했다. 골을 넣기 위해 한 선수가 들어가면 다른 선수들도 같이 침투하는 모습이 없었다. 후방에서 수비하는 선수들은 지키기만 하고, 앞으로 특정 선수가 해결해 주길 바랐지 '팀으로서' 골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전방에서 공을 받아줄 공격수가 없다고 한탄하며 '가운데'를 강조하며 경기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분을 이기지 못해 중계석 탁자를 무려 3번이나 내리치기도 했다.

"비겨도 되는 건 우리인데, 이겨야만 하는 남아공의 전략에 휘말리고 있다. 바깥쪽에만 있으면 골을 넣을 수 없다. 골을 넣고 싶으면 중앙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영표 위원은 경기 후 결정적인 패배 원인으로 양팀 감독의 용병술 차이를 분석했다.

"손흥민 선수를 선발이 아닌 후반에 배치한 전략적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의도가 전반부터 마지막까지 전혀 살아나지 않았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종아리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 조직력까지 무너지는 악순환이 겹쳤다. 반면 남아공의 휴고 브로스 감독은 마치 2002년의 히딩크 감독이 생각나는 조직력의 마법사였다. 상대는 전략적으로 자리를 지켰는데 우리는 압도적인 기동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와 이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선수들의 경기력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천수는 "90분 동안 이렇게 지속되는 경기는 진짜 오랜만에 봤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경기는 해야 하지 않나. 뛰지를 못하니까 경기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혹평했다.

이근호는 "충격적이다. 90분 내내 똑같은 장면만 본 것 같다. 선수를 교체해서 변화를 주려고만 했지, 선수가 들어갔을 때 전술적으로 바뀐 게 없다. 남아공은 정말 간절하게 뛰었는데, 우리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홍명보 "가장 좋지 않는 경기 한 건 맞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우리는 분명히 월드컵 3경기 중에 가장 좋지 않은 경기를 한 건 맞다"라며 경기력이 부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경기 외적으로 선수단 내에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부인하며 "이런 큰 무대에서 결과는 모든 게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나왔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홍명보 감독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주장으로서 견인한 한국축구의 레전드이자, 역대 대표팀 사령탑을 통틀어 최초로 두 번이나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유일무이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월드컵 모두 참담한 실패로 조별리그를 마치게 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는 한계만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이는 홍 감독이 복귀할 때부터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2022년 벤투호의 원정 16강 신화 이후, 클린스만호와 홍명보호까지 한국축구는 '황금세대'로 꼽히던 4년의 시간을 허무하게 허공에 날린 꼴이 됐다. 자신의 주도로 클린스만과 홍명보를 선임했던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퇴를 예고한 상태다.

그리고 정몽규 회장의 마지막 유산이 된 홍명보호는 또다시 최악의 결과를 남기며 12년 전의 실패를 반복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이제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국민 앞에 과연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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