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관위 투표용지 계약 전수분석해보니…34%가 ‘수의계약 제한’ 누락·공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수의계약 남발 관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계약서를 전수분석한 결과 셋 중 한 번꼴로 수의계약 체결을 위한 확인서가 누락되거나 미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각급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투표용지 인쇄계약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 271건 중 93건(34.3%)에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수의계약 체결 제한 여부 확인서 제출을 누락하고, 공란으로 비워두거나 잘못 기재해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송파·강남선관위는 확인서를 누락했다. 인천 연수선관위는 공란으로 된 확인서를 제출받고도 계약을 체결했다가 뒤늦게 보완했다고 한다. 해당 선관위 관계자는 “21대 대선 때도 수의계약을 했던 업체라서 계약했는데, 확인서 기입을 누락했단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비용 집행 전 서류를 보완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선관위도 확인서를 누락했고, 안양동안·광명·화성효행·병점·군포선관위는 확인서를 공란으로 제출받았다. 부산에서도 중·북·남·강서 등 전체 16개 군·구 선관위 중 9곳에서 수의계약 체결 제한 여부 확인서를 공란으로 두거나 날인이 없었다.
이번 선거 투표용지 인쇄엔 총 8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각급 선관위는 이 투표용지 인쇄 계약을 국가계약법 26조에 명시된 보안상 필요 등을 근거로 271곳 전부 수의계약했다.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 이해충돌 방지법 등에 따라 수의계약 체결 제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수의계약을 하는 업체가 ▶발주기관 소속 고위공직자,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에 해당하는지 ▶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배우자, 직계존·비속에 해당하는지 등 가족·친인척인지 명시해야 한다. 또한 ▶발주(공공)기관을 감사 또는 조사하는 국회·지방 의회 의원,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에 해당하는지 ▶이에 해당되는 사람이 대표자이거나 주식·출자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했는지 등 총 8가지 항목에 대해 ‘예, 아니오(해당없음)’로 응답해야 한다.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업체가 발주기관과 수의계약을 하면 업체와의 계약은 해제되고, 업체는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수 있으며 문제가 된 공무원은 징계 및 3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확인서엔 8개 문항이 있고, 발주자 확인사항 란엔 ‘계약 상대자가 8개 문항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물품의 생산자가 1명뿐인 경우라서 수의계약 체결 제한 대상과의 수의계약이 허용되는 경우인가’라는 문항이 있다. 이 발주자 확인사항은 공란 또는 해당 사항 없음을 택해야 수의계약 체결에 제한이 없는데도 버젓이 수의계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아니오’를 택한 확인서가 수두룩하게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시·도 선관위 관계자는 “업체에서 관행적으로, 구체적으로 읽지 않고 계약을 하다 보니 무조건 아니오라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류 검토 과정의 미비에 대해선)계약하는 부서 담당”이라고 해명했다.

누락·공란 등 수의계약 체결 제한 확인서 93건 중 38건(40.86%)이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두고 경기 안양에 인쇄공장을 둔 S사가 제출한 건이었다. S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쇄 계약을 108건 수주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송파·강남·광진선관위 인쇄 계약도 S사가 차지했다. S사가 맺은 경기 오산선관위 수의계약 체결 제한 확인서엔 업체명이 M사로 오기된 것도 있었다.
S사는 선관위 고위공직자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으며 확인서 누락 또는 미비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S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계약 건수가 많다보니 발생한 단순한 서류상 누락, 실수일 뿐”이라며 “고의성이나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가서 확인 소명했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수의계약 남발 의혹에 더해 이해충돌 소지 관리 미흡 문제에 대해 김민전 의원은 "투표용지 계약 전반에 대한 특검을 통해 이해충돌과 특정업체 특혜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정·오삼권·이규림·손성배 기자 kim.ye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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