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수도권 부지 포화로 필요성은 인정
산업과 지역 발전 시너지 최대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달 말 이재명 대통령 주재의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호남에는 완성된 칩을 절단·패키징해 사용하는 후공정 공장 신설이 유력했으나 아예 반도체 제조 핵심인 전공정 팹(Fab)을 망라한 초대형 생산 단지 건설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정부가 주창해온 지역균형발전, 지방소멸 극복에 기업들이 동참한 모양새다.
호남 반도체 유치는 처음엔 해당 지역의 지방선거 공약용 정도로 치부돼 왔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영호남 문제에 있어 (발전이 더딘) 호남에 좀 더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어제 관훈토론에 참석해 호남 반도체와 관련,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며 “용인 클러스터와 별도의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의 적극성을 고려하면 호남 반도체는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선 투자 결정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양사는 경기도 평택과 용인, 충북 청주 등에서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은 “5년 안에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기존 지역에서 이를 충족시키기엔 불가능하다. 호남은 재생에너지가 국내에서 가장 풍부해 전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전공정 팹 1기당 투자비는 약 1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기초부터 닦아야 할 호남 지역엔 수백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보여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제도 뚜렷하다. 전력과 용수, 양질의 인력, 공급망 등 반도체 경쟁력에 필수인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고 충분하게 구축할 수 있느냐다. 풍력, 태양광의 풍부한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장에 공급할지, 수도권에 비해 충분치 않은 용수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비수도권 거주를 꺼리는 젊은 연구인력과 엔지니어들을 안착시킬 정주 인프라 조성도 주된 과제다. 일본의 구마모토현은 대만의 TSMC 공장을 유치한 뒤 5년 걸릴 공사를 365일 24시간 작업을 통해 20개월 만에 끝냈다. TSMC는 이에 제2공장 건설을 결정했고 이는 국가 산업과 지역이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호남 반도체 단지도 이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 단순한 세수 확보, 지역 정치 만족용의 기업 유치 차원에 그쳐선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내 최고의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세제, 교육, 부지 조성 등 다방면에 전면적 지원·혜택을 약속 해야 한다. 반도체는 정치 셈법에 그칠 사안이 아닌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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