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택한 SK하이닉스…월가서 마이크론과 비교받나

윤영숙 기자 2026. 6.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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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 ADR 최대 1천779만주…PHLX 편입·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무대로 나스닥을 택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재평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내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기술주 투자자들의 평가 체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와 같은 투자 범주에서 비교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 신주 ADR 최대 1천779만주…시장 예상과 부합

SK하이닉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발행을 통한 ADR 공모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7월 10일이다.

이번 ADR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신주 보통주를 해외예탁기관에 예탁하고, 이를 기초로 미국 ADR을 발행해 해외 기관투자자 등에 배정하는 구조다.

신주 최대 발행 한도는 1천779만주이며 이는 45조4천억원가량에 해당한다. 최대 발행 한도는 SK하이닉스의 현재 상장주식 수 대비 약 2.5% 수준이다. 최종 발행 주식 수와 발행가액, 조달금액은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거쳐 확정되며, 실제 공모가에 따라 최종 조달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EUV 장비 등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된다.

SK하이닉스 작년 매출·이익·이익률 최고기록[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왜 나스닥인가…AI 반도체 투자자 저변 확대

시장은 이번 공시가 그동안 주가에 반영됐던 ADR 상장 기대를 상당 부분 확인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HBM 수요 확대와 실적 개선 기대, 삼성전자와의 시가총액 격차 축소, 미국 ADR 상장 기대가 맞물리며 큰 폭으로 올랐다.

관건은 상장 장소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전통 대형주의 상징이라면 나스닥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 등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집중된 시장이다.

메모리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도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SK하이닉스 ADR이 나스닥에서 거래되면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이크론과 같은 거래소, 같은 반도체 투자 화면에서 두 회사를 비교하기 쉬워진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선두 업체로 평가받으면서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화 자산이라는 점에서 코스피 할인과 메모리 업종 사이클 할인을 동시에 받아왔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 AI 서버 투자 확대, HBM 수익성이라는 투자 논리가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은 이 같은 논리를 미국 기관투자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CMM-Ax[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PHLX 편입 기대…수급 효과는 유동성에 달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 Semiconductor Sector Index) 편입 가능성도 기대 요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SK하이닉스가 현재 상장주식 수의 2.5% 수준을 ADR로 발행할 경우 예상 ADR 시가총액이 277억달러, 원화 약 4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구성 30개 종목 가운데 2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 TSMC ADR, ASML ADR 등 글로벌 반도체 대표주가 포함된 미국 반도체 섹터의 대표 지수다. 이를 추종하는 ETF와 패시브 자금이 적지 않아 편입 여부는 상징성을 넘어 수급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지수 편입은 ADR 상장과 동시에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의 거래 이력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편입을 위해서는 상장 이후 6개월의 거래 이력과 최근 6개월간 매월 150만주 이상의 거래량 요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내 상장 이후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 2027년 정기 변경 때 편입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 최고 실적 경신한 SK하이닉스[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밸류에이션 격차 주목…희석 부담은 변수

밸류에이션 격차도 시장의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현재 주가 기준 SK하이닉스의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은 5.2배, 주가순자산비율(P/B)은 2.4배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평균은 각각 36.7배, 11.2배로 제시됐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처럼 팹리스·플랫폼 성격이 강한 기업과 장비·소재 기업이 함께 포함돼 있다. 메모리 업체인 SK하이닉스에 같은 멀티플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HBM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 폭을 감안하면 기존 할인 요인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률을 각각 76.2%, 76.1%로 예상했다. 이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평균 영업이익률인 39.4%, 41.5%를 웃도는 수준이다.

메리츠증권도 ADR 발행이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를 줄이고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나스닥 및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편입이 현실화할 경우 패시브 펀드 편입 수급이 추가 재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담 요인도 있다. 최근 주가가 ADR 상장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만큼 공모가와 최종 발행 규모, 상장 이후 거래량이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다. 지수 편입 역시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

HBM 실적이 기대대로 이어지고 ADR 유동성이 확보될 경우 SK하이닉스는 미국 시장에서 마이크론과 직접 비교되는 AI 메모리 대표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대로 높아진 실적 눈높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상장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ysyoon@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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