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피해자 권한 강화한다더니…다가구 경매서 LH·임차인 권한 충돌

이지은 2026. 6. 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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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기 피해자와 구원투수로 나서는 공공주택사업자 간 권한 문제로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공공주택사업자가 먼저 주택을 사들여 보상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인데, 동시에 우선매수 의사를 밝힐 경우 피해자의 권한을 우선하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 과정에서 피해자와 LH가 동시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한 사례가 없었다"면서도 "법 개정 이전에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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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와 피해자 동시 청구권 사용시
법 개정 이후 피해자 권한 우선돼
후순위 임차인 피해기회 상실 우려

전세사기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기 피해자와 구원투수로 나서는 공공주택사업자 간 권한 문제로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공공주택사업자가 먼저 주택을 사들여 보상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인데, 동시에 우선매수 의사를 밝힐 경우 피해자의 권한을 우선하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피해자 의사를 대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주택을 매입해왔는데, 개별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권한이 충돌하는 일이 불거졌다. 지난달 법 개정 후 사각지대가 생긴 셈인데 이를 조정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H는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8억1100만원에 낙찰된 경기 화성의 한 다가구 주택에 대한 경매 불허신청을 제기했다. 임차인 A씨보다 LH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우선해 낙찰 권한을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해당 주택은 임차인 5명이 전세보증금 7억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지난해 A씨를 포함한 후순위 임차인 3명이 LH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양도를 마친 상황에서 A씨가 경매기일 돌연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해 이른바 '셀프 낙찰'을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LH가 주택을 매입하면 경매차익으로 피해를 보전받을 계획이던 다른 후순위 임차인들은 보증금의 상당수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선순위 채권인 금융권 부채 약 7억5000만원과 선순위 임차인에게 경매 배당금이 지급되면 후순위 임차인에게 돌아갈 몫은 사실상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 보증금의 3분의 1까지 정부가 복구를 지원하는 최소보장제가 신설됐지만, LH로부터 경매차익을 지급받는 것에 비해 금액 차이가 현저히 낮다. 임차인 B씨는 "힘겹게 모은 보증금 1억2000만원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며 "일부 임차인은 결국 파산했고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임차인은 금융권에 계속해서 이자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에 낙찰 권한이 넘어간 이유는 지난달 전세사기 피해자법 개정으로 피해자의 우선 매수 권한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세사기피해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와 공공주택사업자가 모두 우선매수 신고를 한 경우, 피해자가 매각기일까지 자신의 매수신고에 대해 매각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면 법원이 이를 허가하도록 규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 과정에서 피해자와 LH가 동시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한 사례가 없었다"면서도 "법 개정 이전에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권리 행사가 가능해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기존 전세사기피해지원법 25조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매입을 요청한 경우 공공주택사업자에 '우선 매수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양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만 조항에 남았다. 즉 LH에 피해주택 매입을 요청해도 피해자에게는 여전히 우선매수청구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국토부와 LH는 이번 사태가 다세대와 같이 구분등기가 가능한 건물을 전제로 법이 개정되면서 생긴 문제로 보고 있다. 피해자의 선택권을 우선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단일등기에 피해 임차인이 여러명인 다가구 주택의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두고 피해자 간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LH가 사용해주길 바라는 다수의 임차인과 본인이 사용하길 바라는 소수 임차인의 권리가 충돌할 때 어느 쪽의 의견을 우선시할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권리 충돌과 관련해 다수의 피해자가 피해 회복 기회를 상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 행정처에 전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자의 선택권을 우선하라는 취지로 개정된 조항이나 특정 개인의 권리를 우선하는 과정에서 다른 피해자의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며 "권한의 충돌 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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