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한 남아공이 두려워 할 선수…설기현은 ‘그’ 뽑았다

피주영 2026. 6. 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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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은 2002~04년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설기현 전 경남 감독을 지도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멕시코전에서 선수들에 작전을 지시하는 브로스 감독(가운데). [AP=연합뉴스]

“상대는 분명 공격적으로 나올 겁니다. 골이 필요하니까요. 우린 그 빈틈을 노려야겠죠.”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한국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 묻는 질문에 설기현 전 경남FC 감독은 주저 없이 ‘공격 축구’를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오는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A조 3차전을 치른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설 감독은 현역 시절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에서 뛸 때 남아공 사령탑 휴고 브로스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두 시즌(2002~04)을 함께 했는데, 좋은 기억으로 가득하다. 2002~03시즌엔 한국인 최초로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Ballon d‘Or) 후보 5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3~04시즌에는 벨기에 리그를 제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설 감독은 “브로스 감독은 팀 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끌면서 그라운드에선 팀 플레이를 강조한다”면서 “동기를 부여하고 투지를 끌어올리는 능력이 남다르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설기현 [연합뉴스]

실제 사례도 있다. 설 감독은 “2003~04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부쿠레슈티(루마니아)를 상대로 전반을 0-2로 끌려갔다”면서 “흥분한 당시 단장이 하프타임에 라커룸에 멋대로 들어와 선수들에게 고함을 치는 등 난장판이었는데, 브로스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은 감독은 ‘이대로 끝나면 모든 게 끝’이라는 딱 한마디만 던졌다”면서 “위기 상황에도 의연한 사령탑을 보며 선수들이 투지를 되살렸고, 내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후반에 흐름을 뒤집어 3-2 역전승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남아공의 행보도 당시와 비슷하다. 개최국 멕시코와의 개막전에서 졸전 끝에 0-2로 완패할 때만 해도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일찌감치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체코와의 2차전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기사회생했다.

설 감독은 “브로스 감독은 포백 위주의 전술을 주로 쓰는데, 멕시코전에서 수비적인 스리백으로 바꿨다가 낭패를 봤다. 체코전에선 포백으로 돌아간 뒤 나은 경기를 했다”면서 “승리가 절실한 한국전에도 포백을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흐름이 살아나면 실력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는 게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스타일”이라면서 “한국전 경기력은 앞선 경기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했다.

다만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승리가 절실한 남아공의 상황이 홍명보호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설 감독은 “대부분이 유럽파인 한국은 개인 능력과 경험에서 자국 리그 선수 위주인 남아공에 앞선다. 아쉽게 0-1로 끝나긴 했지만, 포백으로 전환한 멕시코전 후반 흐름이 특히 좋았다”면서 “손흥민, 오현규 등 좋은 공격수들을 보유한 만큼 보다 과감한 운영을 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아공전 키 플레이어로 손흥민을 첫 손에 꼽은 설 감독은 “유일하게 혼자서 찬스를 만들고 득점까지 해낼 수 있는 선수”라면서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상대 수비진이 부담스러워 하는 게 중계 화면에 보인다. 그가 골 맛을 보면 결선 토너먼트 이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몬테레이=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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