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준비 시점 ‘이틀 전 vs 최소 1년 전’… 엇갈린 1심 재판부
‘노상원 수첩’ 해석따라 판단 갈려
항소심 쟁점으로… 2차특검에도 영향
2차특검 수사기한 30일 추가 연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할 결심’ 시점을 두고 내란 관련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들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1심 재판부가 이를 ‘계엄 이틀 전’이라고 본 반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1심 재판부는 ‘적어도 2023년부터’라고 봤다.
국민일보가 23일 입수한 박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전날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며 “‘12·3 내란’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일 준비를 시작했다고 본 형사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의 판단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주요 증거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의 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재판부별 판단을 갈랐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는 2023년 10월 군 사령관 인사 보직자(‘여인형’ ‘박안수’)의 이름을 적은 메모 등이 발견됐는데, 내란특검은 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모의하고 실행계획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형사25부는 노 전 사령관이 해당 수첩을 언제 작성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엄을 장기간 준비해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준비가 지나치게 허술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반면 형사33부는 수첩 내용이 실제 계엄 계획을 담은 것이라며 정반대 판단을 내놨다. 형사33부는 수첩에 적힌 내용들이 실제 이행됐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주는 내용을 그때그때 받아 적은 것’이라는 노 전 사령관의 초기 검찰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박 전 장관 판결문에는 형사33부가 형사25부 논거를 반박하는 듯한 대목도 있다. 형사25부는 노 전 사령관이 최소 1년 전부터 계엄을 모의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첩을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장소에 놓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엄 시점을 앞당긴 특검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형사33부는 “수첩이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장소에 놓여 있었던 것은 ‘친위 쿠데타’가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1심에서 엇갈린 계엄 준비 시점은 항소심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평양 무인기 의혹’ 1심을 심리한 형사36부(재판장 이정엽)도 윤 전 대통령 등이 최소 2024년 9월부터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갖추기 위해 무인기 작전(2024년 10~11월)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형사33부가 노상원 수첩 내용을 근거로 새롭게 인정한 내란 관련 범죄사실 역시 항소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33부는 판결문의 각주에 노상원 수첩에 적힌 ‘헌법 개정(재선~3선)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선거제도 개선-국회의원 숫자. 1/2’ 등 문구를 거론하며 윤 전 대통령이 국회를 대신할 ‘국가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 개정을 시도했다고 봤다.
형사33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 편성 예산’ 지시사항 문건을 교부한 사실 등을 종합했을 때 “윤석열 등은 과거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등과 같이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을 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사33부가 2024년 을지연습을 두고 ‘내란 예행연습’ 기회로 이용됐다는 판단을 내놓은 대목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2차 종합특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형사33부는 “여인형이 방첩사령관으로 부임한 뒤 2024년 을지연습 계획에 압수수색과 구속수사 훈련, 전시 사이버 침해사고 발생을 가정한 사이버수사(압수수색 및 디지털 포렌식) 병행 훈련을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종합특검은 2023년 11월 군 인사 이후 계엄 준비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 승인으로 수사기한을 다음 달 24일까지 최종 연장했다고 밝혔다.
윤준식 성윤수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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