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업 지원한다면서 사업 아이디어 유출한 정부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에 지원한 예비 창업자들의 아이디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졸지에 정보 유출 피해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도전과 실패 비용을 지원해 혁신을 꿈꾸는 국민이 쉽게 창업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종의 창업 경진 대회다. 최종 우승자에게 상금과 투자 등 사업 자금 10억원이 지원되는 방식이 화제를 모았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중기부 장관 때 추진해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창업자들의 핵심 자산인 창업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유출에 무방비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프로젝트 1차 합격자 5000명의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어 요약 정보, 심사평 등이다. 지난 15일 합격자의 개인 프로필이 공개된 이후 비공개 정보에 대한 접근 시도가 확인됐다고 한다. 상세 사업계획서 등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부가 초기 창업자들의 사업 성패가 달린 각종 정보의 중요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뼈아픈 잘못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에 사상 최대인 6247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등 일벌백계에 나선 정부로서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한 후보자는 어제 “정부를 믿고 창업에 도전해 주신 여러분의 신뢰를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중기부는 합격자 전원의 영업비밀 원본증명 등록을 무상 지원하는 등 도전자의 창업 아이디어를 지켜주는 대책을 발표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혹시라도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대비한 면피용 사과가 아니길 바란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정부 창업 지원 사업의 허술한 신뢰 인프라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중기부는 어제도 대구·광주·대전·울산 등 비수도권 4개 도시의 자원을 활용해 창업하는 기업에 최대 4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공고했다. 창업 마중물로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정작 사업의 핵심 자산은 지키지 못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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