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세계 경제 지휘했다…그린스펀 前 Fed 의장 별세

‘경제 마에스트로(거장)’로 불리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0세.
연준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투병해오다 이날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그린스펀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8년 반 동안 Fed 의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미 Fed 역사상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1951∼1970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재직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별세 소식을 깊은 슬픔을 안고 접했다. 통화 정책과 경제 이론에 기여한 그의 업적은 연준은 물론 경제 전반과 미국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재임 중 연준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물가 안정의 시대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네 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세계 경제의 지휘자라는 뜻의 ‘경제 마에스트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세계의 중앙은행 총재(the world's most powerful central banker)”라고 표현했다.
그는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무엇보다 1991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미국의 10년 장기 호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성장·저물가·저실업의 신화를 일궜다. 위기마다 0.25%포인트씩 조심스럽게 금리를 움직이는 ‘베이비 스텝’ 조정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내린 처방으로 취임 두 달 만에 맞은 주가 폭락 사태(1987년 블랙 먼데이)를 극복해냈고, 미국 경제는 1991년 걸프전쟁,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를 무사히 넘겼다.
또한 ‘비이성적 과열’ 등 모호하면서도 독특한 수사를 동원한 ‘그린스펀식 화법’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힘썼다. 그러면서 재임 기간 ‘미국 경제의 조타수’, ‘통화정책의 신의 손’, ‘세계 경제 대통령’ 등의 숱한 별칭을 얻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도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10여년간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에 거품을 키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1926년 3월 6일 뉴욕에서 태어난 그린스펀 전 의장은 젊은 시절 음악인을 꿈꿔 줄리아드음악원을 다녔고,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그러나 곧 진로를 바꿔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4~1977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냈고 2006년 Fed 의장 퇴임 후에는 경제 자문과 저술, 강연 활동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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