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넘어 재테크로… 품절·오픈런 부른 ‘포켓몬카드 광풍’

이정헌 2026. 6. 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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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에 사는 이진용(31)씨는 최근 포켓몬카드(사진) 판매 장소를 알 수 있는 '포카맵(Pokamap)' 사이트를 직접 만들었다. 포켓몬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전국의 자판기와 매장, 팝업 스토어 등 위치가 소개된 사이트다.

기자가 구매한 포켓몬카드 10팩(팩당 1000원)을 개봉해 온라인 포켓몬카드 시세 사이트에서 가격을 조회해 보니 '에블리(2만원)'와 '팬텀ex(1만원)' 등 일부 카드가 수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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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한정판 한장에 250억 낙찰
랜덤 카드 뽑기에 수백만원 탕진
판매장소 알려주는 ‘포카맵’ 나와
“해외 되팔이가 시장 교란”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광명에 사는 이진용(31)씨는 최근 포켓몬카드(사진) 판매 장소를 알 수 있는 ‘포카맵(Pokamap)’ 사이트를 직접 만들었다. 포켓몬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전국의 자판기와 매장, 팝업 스토어 등 위치가 소개된 사이트다. 그는 22일 사이트 개발 배경에 대해 “최근 정가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포켓몬카드 가게 줄이 길거나 자판기가 모두 품절돼 헛걸음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며 “서울 사람이 인천·경기까지 카드를 사러가는 일도 흔해졌다”고 설명했다.

포켓몬카드를 구매해 봉투를 까보는 행위를 일컫는 ‘포켓몬카드깡’ 열풍이 2030세대에서 뜨겁다. 올해 포켓몬스터 출시 30주년을 맞아 세계적으로도 포켓몬 관련 행사가 이어지고 굿즈 등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카드팩을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 행위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카드는 트레이딩카드게임(TCG·다양한 카드로 상대방과 대결하는 게임)과 수집 등의 용도를 넘어 대체투자·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경매 플랫폼 골딘에서 한정판 피카츄 카드가 약 250억원(1649만2000달러)에 낙찰되면서 꺾이지 않는 지식재산권(IP)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트레이딩 카드 평가 업체 카드 래더에 따르면 인기 포켓몬카드의 평균 가격은 지난 20년 동안 3261% 상승했다. 최근 1년 상승률(46%)은 미국 S&P500(미국 500대 기업 주가지수) 평균 상승률인 12%보다 높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2층. 포켓몬카드를 판매하는 자판기에는 ‘1인 1개 한정 구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제품군 14가지 종류 중 11가지는 품절 상태였다. 희귀 카드가 나오는 종류인 ‘닌자스피너’ ‘인페르노X’ 등이 모두 동나는 바람에 이곳을 찾은 부모와 아이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20일 문을 연 서울 양천구의 포켓몬카드 공식 매장에선 개점 1시간 전부터 입장 대기가 마감되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매장 관계자는 “어린아이보다 젊은 사람들이 주 수요층”이라며 “들어온 카드는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된다”고 말했다.

포켓몬카드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는 희소성이다. 같은 포켓몬도 확장팩과 등급별로 그림이 다르다. C(커먼)등급부터 SAR(스페셜아트레어)등급까지 7개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 매겨진 카드는 생산 수량이 한정돼 있다. 확장팩은 일정 기간 발매된 뒤 품절되므로 카드 가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진다. 희귀 카드를 해외 카드 감정 업체에 맡겨 등급 평가를 받으면 가치가 올라가기도 한다.

기자가 구매한 포켓몬카드 10팩(팩당 1000원)을 개봉해 온라인 포켓몬카드 시세 사이트에서 가격을 조회해 보니 ‘에블리(2만원)’와 ‘팬텀ex(1만원)’ 등 일부 카드가 수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포켓몬 종류와 발매 국가, 확장팩 종류 등 희소가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국내 오프라인 카드매장에선 등급별로 임의로 섞인 포켓몬카드 랜덤팩에 수백만원을 쏟는 일명 ‘오리파’(오리지널팩의 일본식 발음)도 유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행성 ‘뽑기’(가챠)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켓몬카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정품 카드팩을 되팔기 위한 ‘싹쓸이’ 행태도 만연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구매한 카드를 해외에 판매하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소문이 국내 카드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TCG 업계 관계자는 “되팔이 업자들이 주말에 아르바이트생부터 노숙인, 어르신까지 고용해 포켓몬카드 오픈런 알바를 돌리고 있다”며 “국내 공장에서 밤낮으로 카드를 만들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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