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지금] 한일전 나서는 '같은 유니폼'의 재경부와 기획처
![구윤철 부총리와 박홍근 장관[출처 : 박홍근 장관 엑스(X·옛 트위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0/552842-MG6mj39/20260620080703318vgys.jpg)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북중미 월드컵으로 전 세계 축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경북 경주에서 또 다른 국가대항전이 열린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일본 재무성을 상대로 그라운드에 선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가 재경부와 기획처로 갈라진 뒤 양 부처가 각자 새로운 간판을 달고 출범했지만, 축구 한일전에서는 예전처럼 같은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재경부와 기획처는 이날 경주에서 일본 재무성과 친선 축구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재무성과의 축구 교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열려 2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 있는 행사다.
양국 경제부처 관료들은 팬데믹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친선을 다져왔다. 단순한 체육행사를 넘어 한일 재무당국 실무진 간 네트워킹 장으로 기능해왔다는 평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부처 개편 이후에도 갈라진 두 부처가 '원팀'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축구장에서의 '원팀' 체계는 관가의 미묘한 분위기와 대비된다.
올해 초 기재부가 재경부와 기획처로 분리된 뒤 관가 안팎에서는 양 부처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이다.
재경부는 초과세수를 '한국형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상에 무게를 두지만, 기획처는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삼는 방안을 앞세우는 분위기다.
중장기 국가전략을 둘러싼 신경전도 있었다.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는 우리 경제의 청사진을 그린다는 목표를 두고 재경부는 2045년을 겨냥한 '경제대도약 액션플랜'을, 기획처는 2050년을 목표로 한 '미래비전 2050'을 각각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목표 시점의 플랜을 추진하는 것은 혼선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획처는 목표 시점을 2045년으로 맞추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달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재경부가 혁신·구조개혁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양 부처의 경쟁을 바라보는 관심도 커졌다.
다만, 이런 흐름을 단순한 불협화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여러 정책을 두고 서로 다른 구상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한국 경제의 미래 경로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둘러싼 정책 경쟁이라는 해석이다.
한때 한 지붕 아래 있던 조직이 부처 분리 이후 각자의 역할과 색깔을 드러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를 부처 간 갈등이라고 보는 건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축구 교류는 부처 분리 이후에도 남아 있는 '원팀'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때로 다른 의견으로 맞붙더라도, 결국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끼리 경기 전략을 조율하는 과정인 셈이다.
양 부처 수장도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원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18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구 부총리를 서울역에서 우연히 만난 사진을 올리고, "경제사령탑으로서 쉼 없이 현장을 누비시는 부총리님의 행보에서 의지와 책임감을 느낀다. 재정경제부 파이팅"이라고 응원 글을 남겼다.
이에 구 부총리는 "경제부처가 '원팀'이 돼 경제 대도약을 이루고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기획예산처 파이팅"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재경부와 기획처가 이번 경기 장소로 경주를 택한 데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주의 주목도를 이어가고, 이를 지역 관광과 경제 활력으로 연결하자는 취지다.
정책 현장에서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두 부처가 대외 교류와 지역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는 보조를 맞춘 셈이다.
재경부·기획처와 일본 재무성 간 역대 전적은 17승 7무 16패로 한국 측이 근소하게 앞서 있다.
다만,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치러진 두 차례 경기에서는 내리 패해 이번 경기가 설욕전 성격도 띠게 됐다.
부처 개편 이후 처음 열리는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 경제부처 '원팀'이 이전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지 관가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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