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소름 돋는 정이한의 자작극 의혹 미스터리

임병도 2026. 6. 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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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위급 상황이라더니, 30분 달려간 곳은 부친 병원... 정이한 개혁신탕 탈당 후 페이스북 게시물도 삭제

[임병도 기자]

 지난 4월 27일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유세 도중 승용차에서 뿌린 음료수를 피하다 머리를 부딪혔다며 공개한 사진
ⓒ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지방선거 유세 도중 이른바 '음료수 테러'를 당했다며 쓰러졌던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자작극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정 후보는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밖으로 던진 음료수에 맞아 쓰러진 뒤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지방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일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최근 가해자와의 개인적인 관계, 사건 직후의 비상식적인 동선 등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선거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본인이 직접 기획한 연극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노린 구포시장 방문?
 4월 29일 부산 구포시장을 방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이날 정 후보는 목 보호대를 했다.
ⓒ 임병도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이틀 뒤인 4월 29일, 정이한 후보는 목에 두꺼운 보호대를 착용한 채 이준석 대표와 함께 부산 구포시장을 찾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부산 구포시장은 북갑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부산으로 처음 내려온 하정우 후보를 비롯해, 한동훈 후보 역시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유력 정치인들의 동시다발적인 방문으로 인해 시장 입구마다 주요 언론사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 장사진을 이룬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한 후보에 이어 구포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정 후보는 단연 눈길을 끌었습니다. 취재진들은 앞다퉈 정 후보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터뷰와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이날 구포시장에는 오직 정 후보의 피습 후 첫 행보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급히 내려온 기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선거 유세 도중 발생한 정치인 테러라는 자극적인 사건은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고, 하정우, 한동훈 후보 등 유력 인사들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군소정당 소속인 정 후보의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만약 정 후보를 둘러싼 자작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주된 이유는 선거판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의식 잃은 위급 상황이라더니... 30분 달려간 곳은 부친 병원
 (좌) 선거 유세 중 음료수 테러로 의식을 잃은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병원으로 옮긴 후 촬영된 사진 (우) 테러 현장에서 이송된 부산 온병원까지의 거리 (카카오지도)
ⓒ 개혁신당 제공, 카카오 지도 갈무리
정 후보의 피습 당시 정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 후보가 테러를 당한 장소는 부산시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이었습니다. 사건 직후 정 후보 측은 "음료수 병에 맞아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고, 의식을 잃었다"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의식을 잃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정 후보를 태운 차가 향한 곳은, 사고 현장에서 차로 30여 분이나 훌쩍 떨어진 부산진구 소재의 온병원이었습니다. 당시 사건을 취재하던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식을 잃은 응급 환자를 굳이 가까운 대형 병원 응급실들을 다 지나치고 멀리 떨어진 병원까지 이송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더욱 이상했던 점은 정 후보가 이송된 부산 온병원 건물 외벽에 정이한 후보의 대형 선거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취재 결과 부산 온병원은 온병원그룹 소속으로, 이곳의 회장은 다름 아닌 정이한 후보의 친부로 확인됐습니다. 정 후보는 그동안 부친이 운영하는 그린닥터스 재단의 청년 단장과 부단장을 거쳤고, 이를 발판 삼아 국회의원 비서관과 국무총리비서실 행정관으로 발탁되며 정치적 경력을 쌓았고, 마침내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됐습니다.

자작극 의혹의 결정적 단서는 가해자의 정체에서 드러납니다. 정 후보에게 음료수를 투척해 구속된 인물은 모 헬스장의 트레이너 겸 관장으로, 놀랍게도 정 후보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사건 당시 가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심지어 퇴원 직후에는 유치장을 직접 찾아가 자신을 공격한 가해자를 면회했고, 경찰에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기이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생방송 중 거짓말탐지기 꺼낸 정이한
 5월 26일 열린 부산시장 후보자 법정토론회에서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가 갑자기 거짓말탐지기를 꺼낸 모습. 해당 물품은 사전에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KBS뉴스 부산 갈무리
정 후보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 5월 26일 KBS부산방송총국에서 열린 부산시장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소형 거짓말탐지기를 돌연 생방송 중에 꺼내 들었습니다. 그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거짓말탐지기를 들이밀며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끝났지만 시민 앞에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의혹을 떨칠 의향이 있느냐"라며 공격했습니다.

당시 선관위 관계자와 토론회 사회자는 정 후보가 거짓말탐지기를 꺼내 상대 후보를 압박하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고, 생방송으로 이 모든 황당한 모습이 여과 없이 송출된 뒤에야 "정 후보가 제시한 전자기기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뒤늦게 수습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거짓말탐지기로 진실을 검증받아야 했던 사람은 전 후보가 아니라 자작극 의혹을 받는 정 후보 본인이 아니었느냐는 뼈아픈 비판이 나올 만합니다.

군소정당의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불법적인 테러 범죄를 모의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짓밟고 유권자를 철저히 기만한 중대 범죄입니다. 더 나아가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병원에서 이러한 자작극을 조직적으로 숨기기 위해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받았거나 절차를 어긴 정황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로 부산금정경찰서는 18일 해당 병원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정 후보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언론 및 당 관계자들과의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 기록을 지우고 잠적한다고 해서 이미 드러난 의혹들이 저절로 해소될 일이 아닙니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기 전, 지금이라도 정 후보는 대중 앞에 직접 나서서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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