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어프로치] 금융, 가계부채 잡는 '소방수' 역할은 끝났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이후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기운이 상당히 세다. 금리가 많이 올라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고 전월세도 강하다. 연일 경기 화성 동탄 아파트의 최고 매매가 경신이 계속되는 등 그야말로 불붙은 번개탄 같은 속도로 아파트 시세가 치솟고 있다. 9천피 시대 주식 부자가 많이 생겨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성과급 효과에 6·3 지방선거 결과가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에 묶여있는 자본의 거대한 물줄기를 틀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원대한 포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지지율까지 흔들리자 '집값 안정'은 올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대 핵심 쟁점이 됐다.
하반기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자 정부는 다음 달 또 한 차례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손질해 실거주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과세를 강화하는 세제 개편이 중심이다. 여기에 금융 규제와 공급 방안을 총망라한 종합판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가계대출을 더 조이는 수요 억제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서의 정상적인 수요, 공급 조절 장치로 세제와 금융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이다.
대책 발표 직전인 내달 15일 진행되는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어느 정도 밑그림을 훑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다른 이슈들은 제쳐두고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자금 흐름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일단 이 대통령이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전세자금대출을 조이기 위한 카드가 관심이다. 집은 있지만 살지 않으면서 전세대출까지 받는 구조가 투기를 조장한다는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규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세제개편안 발표에 맞춰 금융위는 전세대출 보증 축소, 비거주 1주택자 대출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시 전세대출 원금 일부를 반영하거나 고액 전세대출을 DSR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심하고 있다.
어느 정부에서나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책의 전면에 등장했다. 과열과 투기가 심했던 노무현 정부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을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DSR을 도입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 10% 가까이 치솟을 상황에서 고승범 당시 금융위원장은 대출 총량제를 강력히 시행했다. 일부 은행이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면서 대출 예정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두 정부는 모두 서울과 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아 불이 더 번지지 못하도록 하는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전에 숙주를 격리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금융의 역할이 더 돋보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 달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추고 수도권·규제지역에서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10·15 대책에서는 주담대 한도를 15억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더 조였다. 주담대 한도를 제한 규제 발표 후 첫 주 은행권 일평균 주담대 신청액이 반토막이 나는 등 가계대출 폭증세가 크게 꺾였다. 특히 '불장'을 이끌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대출 신청액이 급감했다. 결과로 보여진 대출 제한 규제는 매력적인 억제 수단으로 부각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금융사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것도 주효했다. 금융당국은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플랜도 이미 마련된 상태며, 필요시 즉각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시장에 내보였다. 여기에다 편법 대출까지 전방위로 점검하는 동시에 무주택자에 한해 '세 낀 매물' 거래를 허용하도록 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구조적 병행 정책까지 썼다.
당장 공급으로 부동산 가격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제 카드를 꺼내 들기 전 '금융'은 가장 만만한 대책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확실해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절실한 카드라는 표현이 더 맞는듯 하다. 정부도, 금융당국도 대출을 통한 수요 억제는 오래 써먹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당장의 퍼포먼스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1년 정도 앞둔 대선후보 시절 '공급 확대'를 부동산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출을 틀어막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는 대신 서울 노후 재개발과 재건축 장벽을 낮추고 4시 신도시를 개발하는 등 역대 진보 정권과는 다른 부동산정책을 약속했다.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개혁은 어느 정부보다도 빠르게 진행됐고,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공약을 믿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대책은 금융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의 수요 억제책이 현 정부에게 6개월 정도 시간을 벌어줬다. 금융위원장이 '금융과 부동산의 절연'을 부르짓으며 충분한 분위기를 잡아줬다. 다음 순서는 진짜 공급과 세제 대책이다. 집권 2년 차에도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면 집값은 더 냉정하게 반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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